“삼성+하만 목표는 스마트카 티어1…완성차 만들 생각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팔리월 하만 CEO, 합병 후 첫 방한

21일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가운데), 삼성전자 박종환 부사장이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21일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가운데), 삼성전자 박종환 부사장이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하만이 함께하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은 구글, 애플과는 다른 형태를 띌 것이다.”

스마트카에 어떤 OS 들어가든
삼성 부품 쓸 수 밖에 없도록 할 것
가전·스마트폰서도 시너지 기대
2018년 스마트폰 하만 기술 적용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팔리월은 “우리 목표는 스마트 자동차 시대에 가장 좋은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 공급업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14일 80억 달러(약 9조3000억원)를 주고 하만의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하만 차량용 오디오·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다. 특히 스마트카의 일종인 커넥티드카와 관련한 시스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팔리월은 “M&A 발표 이후 전 세계 자동차 고객사를 다니며 합병의 의미와 새로운 사업 구상을 설명하는 길에 한국을 들렀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손영권 사장,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이 동석했다.

팔리월은 “삼성과 하만의 결합이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만의 강점은 전장부품 관련 시스템과 개발 경험, 오랫동안 관계를 구축해온 자동차 고객사,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라고 소개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하만에 없는 정보기술(IT), 센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5G 기술 등이 강점이 있다”며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미래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넥티드카에 대한 전략이 부품 공급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팔리월은 “삼성과 하만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티어1(1차 부품업체)’에 들어가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커넥티드카 시장에 먼저 뛰어든 애플은 자사의 운영체제(iOS)를 탑재한 ‘카플레이’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구글도 커넥티드카용 OS ‘안드로이 오토’ 연합군 결성에 주력하고 있다. 팔리월의 설명은 커넥티드카나 이보다 진화한 스마트카의 내부를 어떤 OS가 장악하든 삼성과 하만이 만든 스마트카용 부품, 솔루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애플이나 구글이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쓸 수밖에 없는 것과 유사하다.

완성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동차 업체는 하먼의 고객사”라며 “고객사가 하는 일에 뛰어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손영권 사장도 “부품업체를 인수했다는 것은 전세계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삼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팔리월은 이 자리에서 양사의 합병을 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반응도 전했다. 그는 “한국의 현대기아는 물론 글로벌 미국,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커넥티드카용 부품 산업의 성장 전망도 공개했다. 박 부사장은 “과거 우리는 PC 시대를 살았고, 현재는 스마트폰 시대를 살고 있지만 조만간 스마트카 시대가 올 것”이라며 “커넥티드카용 배터리, 프로세서, 메모리 등 부품 수요가 스마트폰을 앞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리월은 또 커넥티드카와 관련된 하먼의 수주 잔고가 2010년 108억 달러에서 2016년 175억 달러로 62%나 늘어났다고 공개했다. 그는 “수주 잔고는 해당 기업의 미래 혁신 가능성을 보여주는 잣대”라며 “하만에 부품을 주문한 기업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BMW·벤츠·아우디·페라리·도요타 등 일류 자동차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커넥티드카 외에 가전이나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합병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는 “TV를 비롯한 삼성전자 가전에 하만의 오디오 기술을 적용하면 소비자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사장도 “2018년께 나오는 스마트폰 차기작에는 하만의 오디오 기술이 본격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 적용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로 인수 마무리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꼽았다. 지난 14일 인수합병 발표를 했지만 하만이 주주총회에서 이를 통과시켜야하고 주요 국가에서는 반독점 문제 등을 해결해 승인 받는 절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관련 기사

간담회가 끝난 뒤 팔리월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미래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전자 측은 “두 사람은 미래 자동차의 모습과 전장사업 발전 방향, 시너지 창출을 위해 삼성전자와 하만이 각각 협조해야 할 일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