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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씩 걸린 「증명」즉석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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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세청 전산실 3층의 DB(데이터베이스)실. 담당직원이 모니터와 키보드로 구성된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아 어떠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몇개의 키보드를 누르자 프린터를 통해 자료가 나오기 시작한다. 『지난해 수입금액이 5백87만원, 이중 비용을 제외한 소득금액은 4백17만2천원, 소득세는 20만7천원을 냈다』는 최근 3년간의 수입·소득·과세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출력된다. 다른 코드 몇개를 입력하자 이번엔 81년 이후 지난해 10월 사이에 취득한 재산내역이 차례차례 출력된다. 서울 구로구 시흥동○○아파트 ×동×호 면적 22·2평이라는 재산명세에다 취득일자·신축연도·등기사유까지 알수 있다.
이처럼 자리에 앉아서 납세자의 재산·소득내역을 금새 조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국세청의 전산시스팀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세청의 전산시스팀은 세금을 챙기는데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오는 4월부터 서울시내 일부 세무서에서 시험실시에 들어가는 서식전산화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현재 1주일이상 걸리던 과세증명 발급 등 민원업무가 즉시 처리되는 등 납세자들도 아주 편해진다.
국세청은 전산화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달내로 2백88개 세무관련서식을 고치기로 했다.
소득세 확정신고서 등 납세자가 세무서에 제출하는 각종신고서 29개, 세무서에서 납세자의 신고내용을 검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결의서 26개, 기타 세금납부서 등 모두 90개의 서식을 전산처리가 쉽도록 개정하는 것. 여기에다 전에는 주판이나 전자계산기로 일일이 집계하고 볼펜으로 옮겨 쓰던 각종세무대장·통계·분석자료 1백98개도 전산화된다.
이렇게 가장 흔히 쓰이는 세무서식 2백88개가 표준화·규격화되어 전산처리가 가능해지면 오는 7월부터는 서울시내 세무서로부터 사업자등록증·각종 과세증명 등 민원서류를 즉시 발급받을 수 있게 되고, 우편이나 전화로 세금문제를 간단히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서류 한장 떼러 세무서를 서너번씩 드나드는 번거로움이 없어지게 된다.
또 지난82년에 비해 86년엔 납세자수(3백43만6천명)가 30%, 처리자료가 1백43%(1억2천4백만건)나 느는 등 엄청난 국세청의 업무량을 세무전산화로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세금을 걷는데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 현재 세금 1백원을 걷는데 1원27전의 징세비가 드는데 서식전산화가 완료되면 13%의 비용절감 효과가 예상돼 징세비도 1원11전으로 줄것으로 보인다.
서식전산화를 축으로 하는 세무행정전산화의 가장 큰 효과는 공평과세에 한걸음 더 접근하게 된다는 것.
각 개인과 사업체의 소득·과세내용 뿐만 아니라 각종 재산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으므로 탈세의 여지가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국세청 전산시스팀에 축적돼 있는 자료는 근로소득·이자·배당·사업소득 등 각종 소득자료, 기업체의 거래자료는 물론이고 보석·현찰 등 가정에 지니고 있는 동산을 제외한 전 재산을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즉 개인(또는 법인)이 갖고 있는 주택·토지·자동차·예금·골프회원권 등의 각종 권리나 재산가치가 있는 대부분의 것이 국세청 전산실의 3만6천여개 테이프 속에 수록돼 있는 것.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33대 디스크장치의 기억용량이 2백63억자에 이르므로 우리국민 1인당 6백50자씩을 기억시킬 수 있는 대단한 양이다.
예를 들어보자. 국세청은 연간 외형 1백억원 이상의 개인·법인들로부터 접대비 지출명세서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외형50억원 이상으로 제출의무대상이 확대됐다) 또 신용카드회사로부터는 신용카드대금 결제명세서를 제출받고 있다.
86%년1기(1∼6월)의 경우 국세청에 접대비 명세서를 제출한 개인·법인은 총2천8백93명, 47만건이며 금액으로 치면 7백3억원에 이른다.
신용카드회사로부터 제출받은 외형 1백억원 이상자의 신용카드 이용건수는 모두 22만8천건, 1천9백21억원.
또 유흥업소로부터 넘겨받은 신용카드이용 총 건수는 65만6천건,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2천5백19억원에 달한다.
유흥업소로부터 넘겨받은 신용카드 이용자료중 외형1백억원 이상의 개인·법인이 쓴 내용을 전산시스팀을 이용, 업체별로 뽑으면 각 기업체별로 접대비가 얼마나 지출됐는지 알수 있다.
반대로 이용자들의 자료를 유흥업소별로 뽑으면 유흥업소가 얼마나 소득금액을 줄여 신고했는지를 가늠해 볼수 있게 된다.
지난 2월말 음성소득 호화생활자 15명에 대해 정밀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도 전산시스팀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미 입력돼 있는 자료를 전산분석, 호화주택·고급 승용차 소유 등 호화생활여부와 각 개인별 소득신고금액을 대사, 생활수준에 비해 소득신고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은 사람들을 가려 뽑아낸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국세청(IRS)은 컴퓨터를 40대나 갖추고 연간 1억7천만건의 신고서, 7억건의 과세자료를 처리하고 있다.
또 직원의 27%인 3만2천여명이 전산요원이라고 한다.
미국에 비하면 컴퓨터5대, 전산요원 9백명인 우리나라 국세청의 세무행정 전산화는 아직 미흡한 편이긴 해도 세무행정 전산화계획이 완료되는 오는91년에는 각 가정이나 직장에서 국세청의 메인컴퓨터와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 세무상담과 신고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국세청측의 청사진이다.
세무행정 전산화가 필연적인 추세이지만 사람 손에서 떠나 기계에 의존하는데 따른 문제점은 보완해야한다.
시스팀 자체의 대사기능에도 불구하고 그중 입력 등 착오가 생길 소지가 전혀 없지 않은 점, 그리고 착오가 생길 경우 일단 컴퓨터를 통해서 나온 각종 세무자료를 즉각 정정하는 보완대책이 따라야 전산화의 효과를 십이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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