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조건』 마담역 탤런트 정영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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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용하고 절제된 연기자로 알려진 정영숙씨(40)가 극중에서 다방 마담이 됐다. 귀걸이와 목걸이를 치렁치렁 걸고 손톱마다 초록색 매니큐어를 칠한 것이다.
『이런 역할은 처음이에요. 물론 지적인 카페마담 정도는 해봤지만 이처럼 허영심 많고 수다스런 여자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정영숙씨가 7일부터 출근하고있는 다방은 KBS 제2TV의 새 주말극 『애정의 조건』(홍승연 극본·최지민 연출)에 나오는 「해당화」.
『어머! 내 정신좀 봐. 이렇게 마냥 울다간 비싼 돈들이고 수술한 쌍꺼풀 다 망가지겠어, 어쩜 좋아.』 그녀는 극중 원주(황신혜분) 남매들의 고모이자 해당화처럼 야한(?) 여자가 된 것이다.
특히 정영숙씨는 같은 채널의 목요시추에이션단막극 『큰형수』에서 자신의 고통은 내색하지 않으면서 식구들의 슬픔과 괴로움을 다독거려주는,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형수님 역으로 현재 출연하고 있어 해당화 다방 마담역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치스럽고 제멋대로지만 가식 없고 순수한 여자예요.』 시청자들에게 「막돼먹은 여자로 나오다니 실망했다」는 말을 들을까봐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이제는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는지 스스로 지켜보는 일이 참 즐겁게 느껴진다고 한다.
평북 북천이 고향으로6·25때 전 가족이 월남, 숭의여고를 거쳐 숙대사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68년4월 TBC가 각 대학에 보낸 대학생탤런트 모집공문이 인연이 되어 「뜻밖에도」연기자가 됐다.
TBC·MBC·KBS 등을 골고루 거치면서 『백치아다다』 『대동강』 『남매』 『안개』 『그대의 초상』 『여심』 등 쉴새없이 드라마에 출연했고, 영화 『마지막 찻잔』 『유혹』 등에선 그녀 특유의 이미지가 되다시피한 「지적이고 고독한 여인」으로 열연, 크고 작은 상을 휩쓸었다.
『벌써 20년이 흘렀네요. 화면 속에서 누구보다 많은 생을 살았지만 제 앞에 놓여진 시간들은 아직도 낯설고 먼 여행처럼 느껴져요.』 틈틈이 성서를 읽는 독실한 크리스찬. 72년 전동진씨(48·회사원)와 결혼, 1남1녀를 두었다.
화면보다 착하게 살고싶다는 그녀는 평소 초록색은커녕 매니큐어자체를 바르지 않는다. 검정색 옷을 즐겨 입는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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