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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행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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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29면

입시철이면 유난히 바빠지는 곳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점(占)집이다. 점을 보려는 사람은 미래가 불안하고 불확실하여 그것을 분명히 알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마음은 인간의 본능이다. 마음이 불안하여 안절부절 하다 점이라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확실한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점쟁이를 찾는 것이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 같은 것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 나온 한 점술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여기 와서 점을 보는 사람들 중에는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드는 사람도 많습니다. 나쁜 운을 극복하는 길은 마음을 바르게 먹고 착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자기가 노력을 해서 얻으려고 해야지 요행으로 운을 가지려고 하다니 참 우둔한 사람들이죠.”


성경에서는 “점 치고 신수 보고 해몽하는 것은 모두 헛된 일이며 임신한 여자의 공상과 같다”고 한다.(집회 34,5) 살다 보면 역경에 처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그것도 인생의 일부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나 당황하지 말고 자신의 모든 체험을 약으로 삼아 스스로 성숙하는 데 선용할 줄 알아야 한다. 살면서 환난·불행·빈곤·재앙의 시련을 받게 될 때 오히려 단련의 시기로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이 될 것이다. 결국 모두가 바라는 ‘행운’은 자기 자신인 셈이다.


인간에게는 삶의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혜라는 것이 있다. 지혜롭고 슬기로운 사람이란 말은 전문적인 지식이 많고 유식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사전에서도 ‘지혜’는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이라고 정의한다. 지혜란 세상의 이치를 올바르게 깨닫는 마음의 능력인 것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항상 올바르게 이해하고, 깨닫지는 않는다. 또한 사람은 안다고 해서 항상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아니다. 지혜는 사변적인 것을 넘어서서 체험적이고 실천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지혜의 추구는 생활의 의미의 추구이다.


지혜는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관심사이다. 누구든지 어리석고 미련하게 살지 않고 지혜롭고 슬기롭게 살기를 원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실제 생활에서 자제력을 지니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심사숙고한다. 반대로 자신의 행실로 곤경에 빠지고 평생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별히 지도자의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적어도 지혜로운 지도자는 말과 행동이 국민들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성경에서도 ‘지혜로운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지각 있고 분별력이 있으며 신중하고 이해심이 있는 사람이며,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어리석고 무지막지하고 교만하고 사악한 사람’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어쩌면 지혜로운 지도자를 갖는 것이 국민들에게 가장 큰 행운일 것이다.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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