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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1년만에 첫 창작집 낸 중견 작가 최상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 문단에서 가장 짧은 문장을 구사하는 중견 작가 최상규씨 (53)가 데뷔 31년만에 첫 창작집 『포인트』 (겅음사 간)를 펴냈다.
56년 문단에 데뷔한 후 단편 『사각』 『단면』 등을 발표했을 때 당시 문단은 그의 문장이 보여주는 간결한 이미지의 연결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문장 50개를 붙여야 이인직의 한 문장과 길이가 같다』고 평한바 있다.
이와 함께 현실 세계를 완전히 떠나버린 특이한 상황 의식과 내면 의식의 추구를 통해 삶의 양상을 해체시키는 수법도 그의 또 다른 특징으로 지적된다.
『좀 늦었다고나 할까요. 최근에는 데뷔한지 1년 이내에 창작집을 내는 부지런한 작가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에 비한다면 형편 없는 지각생이지요』
중·장편에 주력하느라 31년만에 첫선을 보이는 이번 창작집에는 젊은 아내를 두고 군에 입대하는 한 청년의 의식을 그린 작품 『포인트』를 비롯해 60년대 지식인의 방황과 고뇌를 기독교적 상황으로 다룬 『또 하나의 영광』, 70년대 이후의 산업화 과정에서 사정없이 구겨지고 허물어지는 인간성을 통렬하게 그린 『뛰뛰 클럽』 등 틈틈이 발표한 단편들이 모두 실려 있다.
『50년대에 함께 활동했던 작가들이 최근 작품 발표가 뜸한 것을 보면 무척 서운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창작이 더욱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최씨는 디른 50년대 작가와는 달리 활발한 집필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현대 문학」지 3월 호에 단편 『최후의 강』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지난 86년에는 『신의 유역에서』 『여름 단장』 『한밤에 목소리』 등 모두 3편의 작품을 문예지에 발표했다.
최씨는 56년 「문학 예술」을 통해 데뷔한 후 장편 『그 어둠의 종말』 『사람의 섬』, 중편집 『겨울 잠행』 등을 간행했고 65년 현대 문학 신인상과 83년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글, 어떻게 쓸 것인가』 『비평이란 무엇인가』 『단편 소설의 이론』 등의 문학 이론서도 펴낸 바 있다. 현재 창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양헌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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