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반대세력 만만찮다|오는 11일로 집권 2주년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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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11일로「고르바초프」가 소련공산당서기장으로 선출된지 2년-그는 그동안 「개방·민주화·자유화」를 내걸고 급속하게 개혁조치를 밀어붙여왔다.
그러나 「브레즈네프」 시대에 특혜를 누렸던 일부 보수세력에 대한 잇단 인사조치등 거침없어 보이는 그의 자유화 조치가 그렇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당정치국·서기국등을 「고르바초프」의 개혁파가 주도하고 있으나 기존의 특권을 유지하려는 당원·관료조직으로부터 서방의 관념으로는 당연히 자유화를 환호할것 같은 일반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정체된 사회를 개혁하려는 그의 의지는 물론 그의 권력기반에 대한 위협으로 상존하고 있다.
노동자등 일반주민으로부터의 위협은 공공연한 반대보다는 오히려 그의 개혁정책에 대한 무관심이라 할 수있다.
이러한 갈등은 제정시대부터의 전제적 전통과 소비에트정권이 들어선 이후 계속된 명령-복종체제하에서 비창조적이고 수동적으로 길들여진 소련사회가 「고르바초프」같은 근본적 개혁정치가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이 옛날체제하에서 더 편했다고 느끼는것도 그러한 관행에 비추어 이해할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개혁정책으로 우리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진게 뭐 있는가』라며 「고르바초프」가 취임하면서부터 약속해온 고기와 신선한 야채의 충분한 공급, 노동조건의 개선등에 잔뜩 기대를 부풀렸던 일반시민들은 성급한 의문을 제기하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부분적 개인기업 허용·독립채산제 채택등 경제개혁을 실시, 지난해 1욀부터 10월까지 국민소득과 공업생산을 각각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4·3%, 5·1%씩 증가시키는등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이러한 숫자상의 증가가 아직 몸으로는 느껴지지 않고 있는것이다.
이에따라 지난해말 타타르공화국 브레즈네프시의 트럭공장에서는 새로운 품질관리제도에 반대하는 노동자의 과격한 파업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일부 관료들은 기구개편과 인사에 따라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을까 두려워하고있을뿐 아니라 개혁정책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도 없어 무사안일하게 정관하는 보신책을 강구하고 있어 개혁의 진행이 더디어지고 있기도 하다.
일부 보수파간부들은「고르바초프」의 민주화개혁이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공산주의원칙·체제의 힘을 손상시킬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고르바초프」자신도 시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크렘린 지도부내에서도 개혁을 둘러싸고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조짐이 여러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지난해 7월 열기로한 당중앙위총회가 4번이나 연기된 끝에 지난1월27일에야 열렸다고 이탈리아 공산당기관지 우니타는 지적하고 있다.
또 이 신문은 이 회의에서도 임시대회 개최 등 「고르바초프」가 제시한 일부 항목이 결의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당내에 이견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부도 군비축소로 경제개발에 집중투자하려는 「고르바초프」의 대서방 화해정책에 반발, 「고르바초프」는 이들을 무마하기위해 그동안 일방적으로 중단해온 핵실험을 재개하기도 했다.
우니타지는 지난2년동안 80만명의 당원이 조용히 추방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고르바초프」는 집권이후 정치국원 12명중 5명, 후보위원7명중 5명, 서기11명중 6명을 새로 임명해 강력한 지지기반을 다졌다.
소련지도부내에 현재로서는 「고르바초프」에게 도전할만한 정치적 인물이나 반대파에게 논리를 부여할 이론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위치가 얼마나 확고해지는가 하는 것은 경제정책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현재 그를 지지하고 있는 당관료들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성과들은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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