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정치가의 것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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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의 법학이 제대로 되려면 정치가의 손에서 법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배종대 교수(고려대·법학)는 계간학술지『현상과 인식』이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7일 마련한 학술연구발표회(우리나라 학문에 대한반성과 전망)에서 발표할 논문(우리나라 법학에 대한 반성과 전망-형법학을 중심으로)을 통해『우리나라에서 법을 법답게 하고 억압하는 법에서 보호하는 법에로 변환시키려면 우리의 법률과 법 현실을 비판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우리 법학의 창백한 모습은「박종철 군 고문 치사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파문은『있기는 있으되 지켜지지 않는 법,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우리 법문화의 2중 적 도덕기준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이러한 법 현실에 대해 우리의 법학은 해명해야 할 도의적 의무를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모든 문제의 이유를 정치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법학의 학문적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하고『한국의 법학 40년은 법의 현실을 관념화시킴으로써 법의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부채질하고 법이 아닌 힘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을 방관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언제까지 잘못 된 정치만을 한탄하고 있을 것인가? 법학의 학문성 회복은 오로지 정치라는 남의 손에 달려 있고 그 관대한 처분만을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라고 자문했다.
그는『이제 성년을 두 번 넘어선 우리의 법학, 근대법학의 제3세대들이 당당해야 할 미래의 한국법학은 고문을 방조, 외면한 검사·판사를 만들어 낸 자기책임을 고백하는 비판성과 그 해결의 실마리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창조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인간과 사회에 관한 새로운 학술이론의 연구와 발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지난 77년 첫 선을 보인 학술지『현상과 인식』은 지금까지 총37권이 간행됐다. 그간 논문만도 3백18편을 실렸는데 그때그때 학계에서 제기되는 이슈들을 특집주제로 다루었다.
오세철(연세대·경영학), 박영신(동·사회학), 진덕규(이화여대·정치학), 박동환(연세대·철학), 임철규(동·영문학)교수 등 연세대출신학자들이 창간동인이었으며 현재 오세철·박영신·임철규 교수 등 창간멤버 외에 강창민(국제대·국문학), 양창삼(한양대·경영학), 김중섭(경상대·사회학)교수 등 이 새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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