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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 “경제 어려운 때 경제수석 출신이 이런 곳에…참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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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순실 국정 농단 청와대 외압 의혹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퇴진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1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퇴진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1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VIP(대통령)의 뜻”이라며 2013년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17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CJ 이미경 퇴진 요구 의혹 소환돼
검찰, 진짜 대통령 지시였는지 추궁
오전엔 음주측정 거부 재판 받아

이날 오후 1시5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나온 조 전 수석은 심경을 묻자 “참담하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수석을 지낸 사람이 이런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좀 부끄럽고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현 정부의 첫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할 때 CJ그룹 이 부회장 퇴진 압력을 비롯해 포스코 회장 선거 개입, 이석채 KT 회장의 사임 종용 의혹 등에 휩싸였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3년 12월 손경식 당시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VIP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지병 치료를 이유로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가 체류 중이다. 조 전 수석은 그해 7월엔 손 회장에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일각에서는 CJ가 자사의 ‘tvN’ 채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꼬는 프로그램(SNL 코리아)을 방영하고 2011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극찬한 영화 ‘광해’를 배급한 점을 들어 청와대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조 전 수석을 상대로 이 부회장 퇴임을 요구한 배경이 무엇인지, 실제로 박 대통령의 지시였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특수본은 또 2013년 말 포스코 측에 ‘차기 회장은 권오준으로 정해졌다’고 통보하는 등 회장 선임 과정에 관여했는지도 캐물었다. 권오준 회장은 실제 이듬해 1월 정준양 전 회장에 이어 회장에 내정됐고 그해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2014년 2월 최순실(60·구속)씨 등이 자주 다녔다는 서울 강남의 ‘김영재 성형외과’와 관련 업체의 해외 진출을 직접 타진해 그 배경에 청와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 업체는 해외 진출에 실패했다. 정치권에선 3개월 뒤 조 전 수석이 교체된 건 그것에 대한 문책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검찰 출석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28일 밤 술을 마신 상태로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택시 뒤 범퍼를 들이받고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에 이어 이날 2심에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수석은 2013년 정부의 조세개편안에 대해 영세상인 등이 반발하자 “올해 세법 개정안의 정신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고 실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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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잘 안다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그의 후임 경제수석이었던 안종범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데 이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조 전 수석마저 이렇게 추락할 줄은 상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김종 차관 구속영장 청구

검찰은 이날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최씨 조카인 장시호(38)씨가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하도록 삼성전자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문체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압력을 넣어 지난 1월 장애인 펜싱팀을 창설케 하고 최씨 소유의 더블루K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게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글=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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