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은 최순실 모녀의 교육 농단에도 분노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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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 60만 명의 수험생은 어제 다소 까다롭게 출제된 수능을 치르느라 온 힘을 다했다. 성실하게 공부해 온 수험생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그런데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수능 시험장 주변에 ‘우주의 기운을 모아 수능 대박’ 같은 패러디 팻말이 등장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른 ‘박근혜 하야 수학능력평가’ 문제라는 풍자가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국정 농단도 모자라서 교육까지 농단한 최순실·정유라씨 모녀의 행각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학생을 포함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수능 전날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정씨의 ‘청담고 특혜 인생’은 대명천지에 믿기지 않을 정도다. 3학년 때 193일의 수업일 중 17일만 출석하고도 이화여대에 승마 특기자로 합격한 정씨의 학교생활기록부는 허위 그 자체였다. 1학년 때는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고도 성적을 받았고, 2·3학년 때는 수업을 빠지고도 수행평가 만점에 교과 우수상까지 받았다. 무단결석하고 해외에 있던 날에는 봉사활동을 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부가 온통 가짜로 꾸며질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측이 방조했기 때문이다. 최씨가 딸의 결석을 지적한 교사를 찾아가 폭언하고 일부 교사에겐 촌지까지 건넸다. 학교와 관련 교사에게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 교육 농단 규명의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이화여대가 정씨의 허위 학생부를 확인도 않고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수시전형 자료로 사용한 것 자체가 명백한 행정 과실이다. 교육부는 오늘 정씨에게 제기된 입학·학사 특혜 의혹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고교 졸업 취소 의지를 밝히자 교육부도 입학 취소처분으로 어물쩍 넘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이화여대 윤후정 전 명예총장과 최경희 전 총장, 입학처장·지도교수 등 정씨를 둘러싼 의혹의 인물들에 대한 개입 여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특히 올해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를 이화여대가 독식한 배경에 최씨 모녀가 있다는 의혹 규명이 중요하다. 교육부가 이를 외면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