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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이 권력자 위해 사용되면 무서운 무기 될 것"…현직검사 내부 게시판에 발언

중앙일보

입력

"정치권력이 국민이 아닌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면 많은 사람들을 해치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최순실(60)씨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던 현직 검사가 이번엔 민주주의 정권과 정치권력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그동안 권력을 남용한 것으로 드러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해석된다.

박진현(43·연수원 31기)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는 17일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민주국가에서의 정치권력'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 "요즘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하는 상황에서 민주국가의 정권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지 간락히 써봤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특별수사본부 여러분을 응원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검사는 "국민은 권력자에게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 모든 영역에서 기회를 균등히 하라'는 테두리 안에서 권력을 위임한 것"이라며 "위임 범위를 넘어선 권력행사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국가의 정권은 국민들이 스스로 권력자를 따르게 하는 권위가 필요하다"며 "정권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한 수단이지, 정권 자체가 목적일 수 없고, 정권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거나 기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검사는 앞서 지난 1일에도 이프로스에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에 거는 기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개인적 범죄는 물론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가 버젓이 유지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 잘못된 정치·관료 문화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현 정권 들어 법조인 출신이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등 핵심 요직에 배치됐음에도 이런 사태가 방치된 점을 보면 면목없다"며 "어느 정권이든 비선실세가 존재한다지만, 이번처럼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 대통령의 전적 신임을 받아 주무 부처의 우위에 서서 자신과 측근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 및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주요정책에 접근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검사는 1997년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8년부터 검사로 일했다. 광주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 등을 거쳐 서울동부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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