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불이 적은 돈인가|경제부 차장 신성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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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공부의 한 사무실에는 「좀 더 노력하자. 10억불 다가온다. 70·6·30」이란 글귀와 날짜가박힌 작은 거울이 지금도 걸려 있다.
10억달러란 수출목표를 향해 안간힘을 쓰던 70년 당시 우리의 절절한 염원을 이 거울은 말해주고 있다.
지금 나웅배상공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민 구매사절단이 미국 각주를 돌고 있다.
11일부터는 캐나다도 방문한다.
이들이 들고 간 구매계획서에는 25억달러어치의 상품 이름이 적혀 있다.
작은 거울에 우리의 염원과 결의를 새겨넣었던 70년의 수출실적이 8억3천5백만달러였으니까 그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때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규모다.
지금은 물론 사정이 달라져 있다.
지난해 우리는 3백47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고 46억달러의 경상수지흑자도 냈다.
올해에는 4백억달러의 수출과 어쩌면 8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70년대의 척도로 지금의 25억달러 크기를 가늠해서는 올바른 답이 나올수 없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번 구매사절단이 들고간 25억달러란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우리가 이 돈을 벌어들이자면 5천달러짜리 소형승용차 50만대, 혹은 2백달러짜리 컬러TV 1천2백50만대를 수출해야 만져볼수 있는 돈이다.
나장관은 이처럼 적지않은 돈을 쓰러가는 구매사절단의 파견 이유에 대해 미국의 시장관리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상품의 40%를 사가는 귀중한 고객이 형편이 어러워졌다며 자기네 물건도 사달라는데 이정도 성의는 보여야 계속 물건을 팔수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미국이 매년 늘어나는 무역적자로 고민하고 있는 만큼 우리로서도 성의를 보여 통상마찰의 파고를 줄여보자는데는 이의가 있을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우리의 노력을 저들이 얼마나 높이 사주느냐는 점이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는 보험시장개방, 지적소유권보호, 담배시강개방등 미국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었다. 올들어서도 레먼주스등 3개농산물을 비롯, 대형승용차·컴퓨터등의 개방시기를 앞당기고 건포도·향료등 24개 품목의 관세를 조기 인하키로 했으나 미국은 영험없는 돌부처처럼 계속 손을 내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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