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동남권 벨트' 경기 침체 심화

중앙일보

입력

부산ㆍ울산ㆍ경남 등 ‘동남권 벨트’의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조선ㆍ해운업이 동시에 구조조정에 들어간데다 자동차 수출도 부진했던 영향이다. 생산과 일자리가 줄자 소비와 건설 투자까지 꽁꽁 얼어붙고 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3분기 전국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늘었다. 하지만 부산(-8.9%)ㆍ울산(-5.8%)ㆍ경남(-5.1%) 지역은 나란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 지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금속가공, 선박이 부진을 이어가면서다. 부산의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4분기 3.9% 증가에서 올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1분기 -1.2%, 2분기 -6.8% 등 갈수록 감소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동남권의 서비스업 생산 역시 동반 침체하고 있다. 전국 평균은 3.6% 늘었지만 울산(0.5%)ㆍ부산(2.3%)ㆍ경남(2.4%)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구조조정 여파에 지역의 소비 심리 역시 크게 위축됐다. 3분기 전국 소매판매는 대형할인점ㆍ온라인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6% 증가했다. 하지만 울산(-2.0%)과 경남(-1.1%)의 소매판매액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부산(1.5%)은 소폭 늘었지만 전국 평균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건설경기 역시 같은 양상이다. 7~9월 울산(-84.7%)과 부산(-35.0%)의 건설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도권인 서울(41.1%)과 경기(34.0%), 세종(123.1%)이 여전히 활황세를 이어간 것과는 뚜렷이 대조된다. 전국 평균은 3.6% 증가였다. 부산ㆍ울산은 3분기에 인구도 각각 5409명, 1824명 줄었다. 지역 인구대비 유출률(0.16%)이 서울(0.39%) 다음으로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선ㆍ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동남권 지역의 경제지표가 갈수록 악화하는 양상”이라며 “생산이 악화되면서 소비, 고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권과는 달리 지역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며 뚜렷한 대비를 보이는 지역은 제주다. 중국 유커 등 관광객이 몰리면서 소매판매(11.3%)가 두자릿 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광공업(17.8%)ㆍ서비스업(6.9%) 생산, 취업자(5.3%) 증가율 역시 전국 최고였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