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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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영기업의 정년연장을 계기로 근로자 정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관심의 증대는 두말할 필요없이 현재 사회적으로 관행화되어 있는 낮은 정년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불만을 반영한다고 보아 큰 잘못이 없을 것이다.
근로자의 정년문제는 그것이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간에 하나의 사적 계약이면서 동시에 매우 강한 공공성 내지는 사회성을 갖는다. 정년문제의 사적 측면은, 그것이 기본적으로는 노동시장에서 이루어진 근로조건의 계약인 결과 정년에 대한 1차적 관심이 노령인구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경우가 특히 그렇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시장이 경쟁시장이 되지못하고 있는 현실, 인구의 노령화 진전과 함께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비근로자 부양비율을 고려한다면 정년의 사회성은 훨씬 더 커진다.
전자의 사적 측면에서는 1차적으로 노령 노동력의 보호와 활용이라는 사회보장의 의미에서도 정년연장이 불가피해진다. 노령인구 비율이 최근 10년간 급속히 높아진 점, 그리고 노령인구의 취업희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 가족제도의 급속한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불가피성등으로 미루어 근로자의 정년은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낮은 정년의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 첫째는 우선 근로자의 부양비율이 너무 급속히 늘어나는 부작용이 문제된다. 활동 가능한 노동력의 유휴화는 그만큼 근로자의 부양비율을 높이고 그에 따라 사회적 비용부담도 높아진다.
이같은 근로참가자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증가는 임금과 고용의 안정을 해치고 나아가서는 사회적 압력을 증대시킨다. 특히 우리처럼 제도적인 사회보장이 걸음마 단계인 현실에서 부양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제도가 예정대로 88년에 도입된다해도 이같은 사회적 비용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이 정년의 조정을 어떻게 현실에 맞게, 경제적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대처할것인가하는 점이 숙제로 남는다. 의문의 여지없이 정년의 연장은 기업의 부담을 늘릴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의 질과 탄력성을 떨어뜨릴수도 있다. 특히 고학력 신규고용의 확대가 시급한 현실, 고도기술사회로 변신해야할 산업계의 당위등에비추어 고령노동의 보호는 쉽게 조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고용조건이나 임금체계의 합리적 조정, 직능의 과학적인 분화로 어느 정도는 대응할 여지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정년의 문제는 이해당사자들만의 관심사로 방치하기보다는 정년에 연관된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어떤 형태의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합의의 도출에는 정부와 경제단체, 근로자단체들의 적극적인 대화가 매우 긴요할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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