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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통치에 큰 타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워싱턴=장두성특파원】지난해 11월부터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어온 대이란 무기 밀매사건은 26일 타워조사위원회가 3개월에 걸친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하나의 이정표를 맞았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그동안 신문을 통해 이미 보도된 내용 이상의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지않고 의회조사위원회가 조사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게이트스캔들은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이란에·무기를 제공하기로 한 결정을「레이건」대통령이 사전에 승인했느냐는 핵심문제에 있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있다.
그 이유는 당사자인 「레이건」대통령이 증언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레이건」대통령은 타워조사위원회와의 1차 증언에서 85년8월 이란에 처음 무기를 공급하기 전에 이를 사전승인했다고 말했었으나 2차 증언에서는 사후에 승인했다고 번복했다가 다시 타워위원회에 편지를 통해 언제 자기가 무기공급을 승인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위법행위가 되는 무기판매대금의 대콘트라(니카라과반군) 유용에 대해서는 「레이건」대통령이 사전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이 보고서는 결론 내리고있다.
이 보고서는 이란게이트 스캔들과 콘트라 불법지원에 관한 「레이건」대통령의 책임을 지금까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악화시키지는 않았지만 조사과정에서 백악관 운영상의 결점들이 샅샅이 폭로됨으로써 「레이건」자신의 통치능력에 큰 타격을 가하게 될 것 같다.
이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조사위원장인「존·타워」 전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실수를 범했다』고 분명히 말하고 이어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공작이 어떻게 수행되고 있으며 누가 책임자인지를 전혀 모르고있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대통령이 대이란 무기공급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이 자기가 하는 일의 자세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레이캬비크 미소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소련에 제안한 무기감축이 「핵무기」인지 「핵탄도탄」인지를 구분하지 못한 것은 가장 유명한 예다.
그런데 「레이건」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타워」전 상원의원이 중심이된 이번 보고서에서 그의 「무식」이 공인됨으로써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신문에 지적되어온 일화들이 국민들 앞에 의심의 여지없이 확인된 것이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지망자인 「브루스·배비트」는 이점을 꼬집어「레이건」대통령이『2층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바 아니라며 피아노만 쳐대는 사창가의 피아니스트같다』고 혹평했다. 「찰즈·슈머」하원의원(민·뉴욕주)은 이 스캔들 관련자들이 「사상적 카우보이」로서 제멋대로 무법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와 같은 비난은 비단 민주당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고 「로버트· 돌」 공화당상원 원내총무 등 공화당 중진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단테·파셀」하원외교위원장(민·플로리다주)은 타워보고서 속에 「레이건」대통령을 탄핵할 근거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아직은 없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의회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기다려 봐야겠다는 의미가 그 답변속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란게이트사건이 탄핵으로까지 발전할 전망은 전혀 없다. 그러나 타워보고서가 지적한 백악관의 엉망진창인 정책관리능력이 널리 알려짐으로써 나머지 18개월의 임기를 앞둔「레이건」대통령의 통치능력을 의심하는 여론이 일것 같다.
그런 점에서 LA타임즈지가 27일 『레이건은 사임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은 사실은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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