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 호텔방서 편안히 지켜보자' 광화문 일대 호텔들 촛불집회 특수 톡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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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라자 호텔 [중앙포토]

더 플라자 호텔 [중앙포토]

“오는 19일에도 만실이 예상된다.”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특급 호텔 관계자가 19일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걸 전제하고 한 말이다. 그는 “촛불집회가 처음 열렸던 지난 12일에도 빈 방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 12일은 서울 광화문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날이다. 집회엔 주최측 추산 100만 명이 넘게 참석했다. 서울시는 집회 참가자들의 귀가를 돕기 위해 광화문과 시청 일대를 경유하는 지하철(1ㆍ2ㆍ3ㆍ5호선)과 64개 버스 노선의 막차 운행 시간을 평소보다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촛불 집회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귀가하지 못한 참석자와 지방에서 올라온 참석자들로 인해 광화문 인근 대부분의 호텔은 만실을 기록했다.

광화문 광장과 가까운 코리아나호텔 측은 “12일 오전부터 갑자기 당일 예약이 늘어 오후 2~3시쯤 예약이 마감됐다. 이동 불편 등 집회로 인해 투숙 환경이 나쁘다고 판단한 외국인 투숙객들이 예약을 취소했지만 이를 국내 고객들이 바로 채웠다”고 전했다. 코리아나호텔의 객실 수는 337개다. 19일 집회 개최 여부가 아직 확실친 않지만 이 호텔의 트윈룸 19일 예약은 이미 마감됐고, 스위트 등 일부 대형 객실만 예약이 가능하다. 이 호텔 관계자는“거대한 역사의 현장이고, 또 문화적인 집회란 점 때문인지 가족 단위 문의가 꽤 많았다”고 했다.

서울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더 플라자 호텔 역시 지난 12일, 800만 원짜리 스위트룸을 제외하곤 빈 객실은 없었다. 이 호텔의 객실 수는 410개다. 이번 주말인 19일 역시 이미 80% 이상 객실 예약이 찼다. 이 호텔 관계자는 “10월 이후가 호텔이 성수기인 영향도 있지만 확실히 집회 참가자들로 인한 객실 이용률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과 가까운 또 다른 호텔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객실 수 317개의 5성급 호텔로 가장 저렴한 방이 40만 원대 초반이지만 지난 12일 객실 이용률은 평소 주말보다 30%정도 뛰었다. 이 호텔 역시 이번 주말인 19일 객실 예약률이 평소보다 높다. 이 호텔 관계자는 “지난 12일도 당일 오전부터 투숙 문의가 급증했다. 집회가 확정되면 예약률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전했다.

시위 보다는 가족 단위 문화 축제 같았던 행사의 성격 때문에 온 가족이 촛불 집회 참가를 결정한 후 호텔을 예약한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았던 것으로 호텔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2002년 붉은 악마 응원전 때처럼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매운 역사적 현장을 호텔 유리창을 통해 편안히 지켜보려는 고객도 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호텔 관계자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신라스테이 등과 같은 인근의 비즈니스 호텔은 일찌감치 유커들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으로 객실이 어느 정도 찬 상태였고, 광화문 부근엔 모텔을 찾아보기 힘든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집회 현장을 조금 벗어난 웨스틴 조선호텔과 롯데호텔의 이번 주말 예약률은 평소 주말보다 오르긴 했지만 앞선 호텔들 만큼은 아니었다. 웨스틴 조선호텔 관계자는“기왕이면 집회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호텔이 더 인기가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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