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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장부 ‘불투명’ 판정…주가 13%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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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안진회계법인이 국내 4위 건설사(시공능력 기준)인 대우건설의 3분기 실적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의견거절은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기업 제출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으로, 재무제표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안진회계, 3분기 실적 ‘의견 거절’
대기업에 ‘거절’ 표명한 건 이례적

외부감사인은 감사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중 하나의 의견을 내야 한다.

대우건설이 14일 장 마감 후 공시한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공사 수익, 미청구(초과청구) 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사안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판단할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감사의견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15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날보다 13.67% 하락한 5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분기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조치를 받아도 주식 거래에 대한 제재는 없다. 반기·사업보고서가 의견거절을 당할 때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인이 대기업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이 코스피 상장기업에 낸 감사의견 506건 중 의견거절은 단 2건(0.4%)에 불과했다. 504건에 대해서는 모두 ‘적정’ 의견을 냈다

회계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의 뒷북 손실 반영을 계기로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의 회계처리기준을 강화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이는 대형공사의 공사 진행률과 충당금 등을 공시하고, 공사원가를 분기마다 재산정하는 게 골자다. 신규 공사 수주 시 수주액을 100% 수익으로 기록했다가 미청구공사가 생기면 뒤늦게 누적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 주식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폐단을 막기 위한 조치다.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전력 때문에 안진회계법인이 재무제표를 예년보다 깐깐하게 봤다는 분석도 있다. 대우건설은 수년간 3896억원의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20억원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 부실감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진회계법인이 신뢰도 회복을 위해 다른 기업들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태경·황의영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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