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아닌 「재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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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17일 내놓은 부랑자 수용시설운영개선 방안은 지금까지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팽개쳐져 있던 사람들의 인권을 다소나마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산 형제복지원과 대전 성지원 사건이 곁으로 드러나기까지 이들 수용시설에서 벌어져온 엄청난 부정과 비리, 학대와 혹사에 대해 외면 또는 묵인해온 당국의 책임은 별도로 추궁돼야 할 일이지만 뒤늦게라도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 개선방안은 수용자의적격심사와 시설 운영의 사회화, 인권유린의 방지, 정기적인 감사, 직업교육 강화 등 다분히 외형적인 요건 구비에만 치중하고 있다. 좀더 보완하고, 시행단계에서 유의해야할 점들이 많다.
우선 부랑자 수용시설이란 호칭 자체를 「수용」 에서 「재활」 로 바꾼다는 정신에서 운영방향을 새로 정립해야 하겠다. 지금까지 문제된 수용시설이 비인간적인 학대와 혹사에 의해 결과적으로 수용자들의 폐인화에 주력했다고 본다면 앞으로는 이들이 떳떳한 정상인으로서 사회에 복귀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재활훈련에 운영목표를 두어야할 것이다.
부랑자의 75%가량은 전과자거나 정신질환자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의 비뚤어지고 비정상적인 정서를 바로잡아 주고 올바른 삶의 자세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정신의학적 또는 심리학적 교정훈련을 실시하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줘야한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려면 첫째로 생활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시설 내에서 수용기간동안 1인1기식 기술훈련이나 기능교육 실시로 가능할 것이다. 완벽한 기술이나 기능을 습득했다고 판단 될 때 이들을 지역사회의 수요와 연결시키면 취업문제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수용자들의 노동은 반드시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수용자들의 심신단련이나 시설운영상 필요에 따라 강제노역이 불가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는 반드시 그 노동에 합당한 댓가를 지급해야 한다. 그것은 노동에 대한 보상이란 뜻과 함께 사회복귀를 위한 준비라는 의미에서 바람직스럽다. 수용기간 동안노임을 저축했다가 후일 사회에 나갔을 때 재활의 밑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적극 권장하고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란 밝은 희망과 확신을 가질 때 병의 치유도 빠르고 활기도 되찾을 수 있다.
법의 미비점 보완도 시급하다. 현재의 사회복지사업법은 겨우 시설규모나 사업의 자격요건 정도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제시한 여러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고 정부의 개선방안을 효율적으로 실시하려면 전문인력을 비롯, 부랑자 수용시설이 갖추어야 할 여러 조건이 새로 이 법에 명시되고 규정 돼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백여 달러에 불과하던 70년대 초에 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인데 소득이 10배 이상이나 신장한 오늘날까지 그대로 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회적 무관심과 당국의 소홀했음을 깊이 뉘우치는 의미에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부랑자 수용시설의 「재활」 기능 확립에 국민과 정부가 노력을 함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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