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약 따로, 실행 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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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철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특검,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주요 공약을 유보·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보험회사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보험 적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 등 오바마케어의 최소 2개 조항에 대해 "아주 마음에 든다"며 유지시킬 방침임을 밝혔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법인 오바마케어를 완전 철폐하겠다고 공약해왔다.

트럼프는 이 인터뷰에서 클린턴의 특검 문제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일자리, 국경통제, 조세개혁 등의 현안이 먼저다. 클린턴 특검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대답을 피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제2차 TV토론에서 클린턴의 개인 e메일 사용 문제를 거론하며 "내가 당선되면 특검을 실시해 클린턴을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을 멕시코 측에 부과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선 트럼프의 측근들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10일 "트럼프는 국경 통제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겠지만 멕시코 정부가 그 비용을 대도록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당연히 장벽을 건설하겠지만 장벽 건설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조세개혁 등 더 시급한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 부과' 공약도 당장 실현되진 않을 전망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의 경제 자문을 맡았던 윌버 로스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물리겠다는 게 아니라 45%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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