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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증오 몸살 앓는 미국…시위와 증오범죄 잇달아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반대하는 젊은층의 시위가 열렸다. ‘트럼프를 버려라’ 등의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AP=뉴시스]

지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반대하는 젊은층의 시위가 열렸다. ‘트럼프를 버려라’ 등의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AP=뉴시스]

지난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미국이 분열과 증오의 몸살을 앓고 있다.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들도 맞불시위를 열어 맞서고 있다.

NBC방송에 따르면 12일 뉴욕 맨해튼에선 시위대가 트럼프 당선인이 거주하는 트럼프 타워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트럼프 당선을 거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시 당국은 2만 5000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타워 앞에선 트럼프 지지자들도 ‘그는 나의 대통령이다’ ‘힐러리를 감옥에’라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약 8000명이 모였으며, 시카고에서도 트럼프의 빌딩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볼티모어·캔사스시티·밀워키·마이애미·포틀랜드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대체로 경찰과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선 고속도로를 점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자 1명이 총상을 입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은 특정 종교와 인종을 향한 증오 범죄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BBC가 미 전역에서 보고된 사건을 정리한 바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선 빌딩 벽을 따라 트럼프를 지지하는 낙서와 함께 나치 문양(卍)이 그려졌다. 뉴욕주의 웨스빌의 소프트볼 경기장에도 나치 문양과 “다시 미국을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는 문구가 쓰여졌다. 뉴멕시코 대학엔 트럼프 지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무슬림 여대생의 히잡을 벗겨버렸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폭력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 소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트럼프 지지 입장을 밝혔다가 학교에서 공격을 받았다. 시카고에선 흑인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말라”며 백인 운전자를 집단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혐오와 분노가 빠르게 번지면서 일각에선 ‘안전핀 운동’이 시작됐다. 인종·종교·성(性)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으니 “두려워 말라” “편에 서주겠다”는 의미로 핀을 꽂는 것이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가결된 뒤, 영국에서도 난민·이민자와 연대한다는 의미로 안전핀을 착용하자는 운동이 벌어진 바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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