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 인수위원장에 펜스 이방카 등 가족 4명 집행위원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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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호 2 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정권 인수위원회를 전격 개편했다. 마이클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인수위원장으로 새로 임명했다. 기존 인수위원장이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부위원장으로 끌어내렸다.


인수위는 펜스 위원장을 필두로 크리스티 주지사 등 부위원장 6명, 집행위원 16명으로 구성됐다. 부위원장에는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공화당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벤 카슨 등이 임명됐다. 집행위원에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등 가족 4인방과 스티브 배넌 대선 선대위원장,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 등이 포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인수위 개편을 ‘펜스·세션스의 부상, 크리스티의 몰락’으로 요약했다. NYT는 “향후 내각과 백악관 보좌진 자리가 펜스의 손에 달렸다. 공화당의 입김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펜스는 공화당 내부 강경세력인 ‘티파티(tea party)’ 소속으로 2008, 2012년 대선 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당내 입지가 견고하다.


세션스 상원의원의 위상도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션스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릭 디어본이 인수국장을 꿰찼다”고 보도했다. 인수국장은 집행위원들과 함께 실질적인 정권이양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자리다.


디어본의 전임자는 다름 아닌 크리스티 측근인 리치 배거 전 뉴저지주 상원의원. 크리스티가 밀려나면서 배거 전 상원의원도 짐을 싸게 됐다.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가 크리스티를 내쳤다는 설이 퍼졌다. 쿠슈너가 크리스티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는 건 워싱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뉴저지주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쿠슈너의 아버지는 2005년 조세 회피와 불법 선거자금 기부 등의 혐의로 구속됐는데 당시 그를 기소한 연방검사가 크리스티였다. 크리스티는 이후 정치인이 됐다.


쿠슈너의 입김이 작용한 게 맞다면 인수위 핵심 권력은 위원장보다 집행위원들이 갖고 있을 거란 지적도 나왔다. 대선캠프 실세였던 이방카 등 트럼프의 자녀들은 대선 이후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인수위에 보란 듯이 들어갔다. NYT는 “트럼프는 펜스 등 주요 정치인에게 인수위 고위직을 맡겼지만 동시에 가족·대선캠프 인사 등 ‘이너 서클(Inner circle)’도 가까이 뒀다”며 “이 같은 인수위 개편은 전날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마라톤 회의 끝에 나왔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확정되면서 차기 트럼프 행정부 내각 인선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정치권 인맥이 제한돼 있다 보니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가 대부분 인수위 멤버들이다.


대통령 최측근인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 1순위는 역시 쿠슈너다. 지난 10일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첫 회동을 할 때 쿠슈너가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과 따로 만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배넌과 프리버스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무장관 후보로는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유력하다. 깅리치는 대선 기간 누구보다 전투적으로 트럼프를 변호한 인물이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도 물망에 오르내린다. 법무장관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유력한 후보다.


국방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는 세션스 상원의원, 플린 전 국방정보국 국장이 거론된다. 세션스는 17년간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육군 수송중대 예비군으로 13년간 복무한 경력도 있다. 플린은 트럼프를 지지한 몇 명 안 되는 국방 분야 고위 인사인 만큼 국방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 중 한 자리는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 관계기사 8·10·11·31면


백민정·이기준 기자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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