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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의 기독교 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60년대부터 「사회삼여」의 폭을 넓혀온 한국기독교 행동신학은 최근 민주화·개헌·인권·박종철군 추모회 등 일련의 민감한 시국문제들에 깊이 관련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교계 안팎의 큰 관심을 모아온 이 같은 행동신학은 「행동하는 양심」을 대표했던 기독교장로회(기장)의 고 장공 김재준 목사로부터 그 인맥이 형성 돼 왔다.
현재 장공의 신학 인맥을 대표하는 인물은 강원룡 (크리스천아카데미원장)문동환(한신대 명예교수)조향녹(서울한일교회 당회장) 문익환(수감중)목사, 안병무 박봉낭 이장직 (한신대) 교수 등이 꼽히고, 교계 밖의 인물로는 양호민(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선우학원(재미)김기주 (평택한광승·고교이사장)씨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평괴 숭인상업학교·용정 은율중학교·조선신학원 (현 한신대) 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이다.
이밖에 오늘의 기장 교단 신학과 한신대 신학을 이끄는 신학자와 목회자들 거의가 장공의 선학과 인격적 감화를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장공의 신학은 그가 소속했던 기장뿐만 아니라 일부 극보수를 제의한 장로교단과 감리교 등 여타 교단의 신학에도 직접·간접의 영향을 주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를 중심한 오늘의 에큐메니컬 신학과 민중신학에 이어지는 한국 기독교의 진보신학을 앞장서 이끌어 왔다.
8·15해방 후 조선신학원의 운영을 둘러싼 미국 선교사들과의 갈등에서부터 보수적인 선교사들의 근본주의신학을 비판, 신신학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장공의 신학은·4O여년 동안 폭 넓은 인맥을 형성하면서 한국기독교 신학계를 압권해 왔다.
그의 신학 인맥은 기외를 중심으로 크게 행동파·성령파·중도파등 3갈래로 나뉜다. 행동파를 대표하는 인물은 문동환·문익환 목사형제와 안병무 교수 등이고 중도파로는 강원룡·조향녹 목사 등이 있다.
안교수가 운영하는 한국신학연구소는 대학 밖의 신학연구기관으론 독보적 존재로 정치·혁명·해방신학과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선교신학 등 현대 최첨단의 신학을 받아들여 연구하고 이들 신학 서적들을번역, 출판함으로써 장공의 신신학 맥락을 오늘에 이어주고 있다.
7O년대 유신체제를 거치면서 고 서남동교수(연세대)와 안병무교수등이 주축이 돼 한국기독교의 독자적 신학으로 개발한 민중신학도 넓게 보면 성서 해석학·기독교 윤리학 등의 측면에서 외공의 신학노선과 맥락을 같이 하는 점이 적지 않았다.
KNCC를 중심한 갖가지 행동신학들도 그 학풍이나 이념적 노선에서 볼 때 늘 새롭게 발전해 나간 외공의 진보적 신학연구자세를 본받은 점이 많다.
장공은 프린스턴 시절 한경직목사와 이미 고인이 된 송창근·박형룡목사와 깊은 우정을 다지며 신학공부를했다. 그러나 장공과 한·송목사는 당시 배타적이고 도그머적인「메첸」교수의 근본주의신학에 비판적인 입장이었고 박목사만「메첸」의 신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장공의 생애는 행동적인 사회참여보다 공부하는「진짜 학자」로서 면모가 훨씬 뚜렷했지만 신학자·목사로서 정치·사회문제에 대해 하비의 판단을 내려야할 때마다 언제나 양심 고백적 입장에서 「예」와「아니오」의 대답을 분명히 했다.
장공은 세상을 떠나는 날(1월27일)까지 기장내의 각분파를 어느 한목에 편애함이 없이 두루 포용했고 새로운 신학사조들을 모두섭렴, 발전적인 학인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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