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병력 고지 안했다는 이유로 보험 해지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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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난소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보장보험을 가입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았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이번엔 보험금을 줬지만 고지 의무 위반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가 과거 위식도 역류증으로 치료받은 사실을 가입 때 알리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위식도 질환만 보장하지 않으면 몰라도 아예 계약을 해지하는 건 과도한 조치”라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앞으로는 이처럼 보험사가 과거 병력을 미리 말하지 않았다며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0일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보험계약을 해지ㆍ변경하지 못하도록 보험 약관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치료시 약속한 보험금을 주는 보장성보험과 실제 치료비를 주는 실손의료보험 등 모든 보험이 대상이다.

금감원이 이번 방안을 마련한 건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험계약 내용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다는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해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887건이다.

금감원은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보험 가입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가입 후 드러날 경우 해당 질병에 대해서만 보장을 중단하도록 했다. 대신 과거 병력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신체부위 또는 질병에 대해서는 보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또 경미한 질병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 가입 후 암 같은 중대질병 수술을 받을 경우에도 보험계약을 유지하도록 했다. 다만 고지하지 않았던 과거의 질병은 보험 보장을 받을 수 없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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