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개당정국으로 복귀에 안간힘|당분간은 "백약이 무핵"|지구당대회 앞당겨 개헌 분위기 유도|벼랑 끝에 서면 야도 대화에 응해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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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은 서울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과 잇달아 터진 부산형제복지원사건, 이들 사건에 따른 신민당과 재야의 연계전략에 휘말려 수습방안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나 묘책을 찾지 못해 부심하고 있다.
민정당은 재앙은 겹치게 마련이라는 체념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들 사건 및 민심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정치는 없어지고 공권력과 재야의 대결이라는 극한 상황을 지켜보는 일종의 방관자적 입장으로 전락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민정당은 더 이상 야당측과 재야·종교계의 움직임에 무작정 끌려가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아래 정부측이 오는 7일의 명동추모대회를 원천봉쇄 한다는데 동조했다.

<공권력동원에 동조>
민정당은 정부·여당이 이들 사건과 관련해 취할 만큼의 조치는 취했고, 또 그런 조치에 대한 실천적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는데도 사태수습의 기미가 쉽게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우려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태우대표위원은 지난달 28일 저녁 김수환추기경을 만나 정부·여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촉구한 것을 비롯, 지난 3일에는 불교계 인사를 만났고 장성만정책위의장은 기독교계인사들을 만나 종교계에 대한 설득작업을 폈다.
민정당은 2·7명동추모대회가 공권력과 재야간의 힘과 힘의 한판대결이 되어 지난해 11월29일의 신민당 서울대회의 재판이 될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명동대회를 저지하고 나면 역설적으로 대화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범야세력이 생각하는 만큼 명동대회가 성공을 거둘 수 없게 공권력으로 차단한다면 범야측에서도 정부·여당의 힘의 실체를 다시 한번 되새김할 수 있고 그 결과 그들 자신의 국민동원이라는 수단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어 일종의 좌절감 내지는 무력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런 상황에서 야권내의 온건파들이 대화쪽으로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또 외유증인 이재형국회의장의 귀국을 계기로 3당대표 모임도 자연스레 이뤄져 여야간에 다소나마 대화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서울대회 재판우려>
민정당은 2·7대회가 5·3인천사태의 재판으로 변할 경우 정부의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어 여야 어느 쪽에도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야권이 밀어붙이는데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도 분석한다.
민정당은 이런 상황에서 이 사태에 대한 수습방안을 내놓아봤자 박군 사건의 후유증에 휩쓸려 가라앉아 버리는 등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핵」라는 판단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정당은 뭔가 앞으로 국면전환을 위해 그럴듯한 「물건」을 내놓아야 하겠지만 사태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당분간은 냉각기를 거쳐야한다는 판단인 듯하다.
일부에서는 국면전환을 위해 조기개헌발의 또는 국회의원선거법 복안 등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편일 것으로 보고 있으나 대세는 그런 것으로는 국면전환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여야간에 쓸데없는 오해와 반목만 조성하고 국민들로부터 얕은꾀라는 지탄만 받게된다는 판단이다.
민정당은 어차피 박군 사건으로 개헌일정에 차질이 온만큼 이제는 버틸 때까지 인내를 갖고 버티면서 가급적 모양 좋은 개헌을 성취해내야 다음 총선에서 그 나마의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협상논 부상을 기대>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보고도 안될 때에는 결국은 대통령의 중대결단 처방밖에는 없지않느냐는 분석이며,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하면 할수록 벼랑끝에 다다를 즈음 다시 타협기반이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벼랑 끝 상황이 상당기간 조성되면 다시 한번 지금은 쑥 들어간 이민우총재구상과 같은 협상론에 대한 지지여론이 부상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민주화실천 구체화>
따라서 민정당은 명동대회가 끝나 얼마간 지나면 정부·여당의 기선적 조처로 민주화 실천방안을 하나하나씩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한편 도시영세민·농어민에 대한 일련의 과감한 정책을 펴나가는 등으로 국면전환기반을 만들어간다는 속셈인 것 같다.
그런 한편으로 민정당은 미뤄두었던 92개 지구당에 대한 개편대회를·당초예정대로 치름으로써 정계에 총선분위기를 유도, 야당의원들로 하여금 「무모한」장외극한 투쟁쪽으로의 시선을 총선쪽으로 돌리도록 한다는 계획인 것 같다.
민정당은 이런저런 정국수습노력에도 개헌정국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상당기간 정치부재가 뒤따를 엄혹한 조처가 필연적일 것임을 야당측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결국은 협상분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보는 경향이나 아무도 장래에 대한 확신을 못 갖고 있다는 게 고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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