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돈 시설확충·장학금에 선용 - 찬성|교육 기회균등 원칙에 어긋난다 - 반대&&미선 보편화 …「보결」부정적 이미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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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반대여론에 밀려 한때 백지화됐던 「기부금 입학제」논의가 부활됐다.
교육개혁심의회 제4분과 위원회(위원장 정원식)는 3일 「교육재원의 확충방안」으로 사립대학의 입학조건부기부금 허용안을 마련했다.
교개심의 「기부금 입학제」는 입학자를 정원 외로 하되 전체입학정원의 1%정도로 하고, 일정수준 이상의 학력을 갖춘 지원자로 제한하며, 기부금은 장학금·도서자료구입·교육시설 확충 등에만 사용토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부금 입학은 지난날 「보결입학」을 연상할 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사립대학이기는 하지만 대학교육의 기회가 돈으로 결정되는 모순이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여론에도 불구, 현재 사립대학들이 처한 재정난을 해소키위해서는 「기부금 입학제」실시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 문제제기 =「기부금 입학제」가 최근에 처음 제기된 것은 85년10월15일 교육개혁심의회가 대구에서 가진 「사학정책 발전방향」공청회에서였다.
배종근박사(동국대·교육학) 가 기조강연에서 『전체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면서 사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사립대학이 정원 외 일정수 학생을 기부금을 받고 입학시킬 수 있는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제기됐다.
배박사는 『기부금은 입학기준이 될 때 활성화되고 이에 따른 혜택으로 전체학생을 위한 장학금이 확대되며 등록금 상승요인이 억제될 뿐 아니라 사학의 교육여건과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배박사는『하버드 등 미국사립대학의 경우 지적수준·고교성적·출신지역· 사회봉사·동문추천 등 복합적 요인과 함께 대학발전을 위한 경제적 기여도를 중요한 입학기준으로 하고있어 재정규모의 18%를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평균 2%에 불과하므로 재정난해소를 위해서라도 「기부금 입학제」가 허용돼야 한다』며 선진외국의 예까지 들었다.
문교부도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해 1월 6차 5개년 계획을 마련하면서 「기부금 입학제」를 검토, 기부자의 자녀에 대해 사립대 입학 특전을 주되 특정대 입학방식을 지양, 추첨제 등을 활용하여 객관성 있게 배정하는 방안 등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었으나 계층간의 위화감조성과 절차상의 어려움 등 반대의견에 부닥쳐 삭제됐었다.
서울대도 지난해 3월 대학발전심포지엄에서 순수한 교육목적과 학문연구에 사용된다면 「기부금 입학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됐으나 서울대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국민감정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반대의견에 부닥쳐 무산됐다.
많은 찬성의견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입학제」를 『신입생을 수학능력이 아닌 돈으로 뽑는다는 것은 교육적 타당성을 찾을 수 없으며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이상과열 된 현실아래서는 지난날의 보결입학에 따랐던 말썽을 재연, 입시생들에게 좌절감과 계층적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반대여론에 부닥쳐 지난해 9월 교육개혁심의회 전체회의에서 검토대상에서 제외, 백지화됐었다.
◇회반논 = 이번에 다시 「기부금 입학제」를 재론한 교개심 제4분과 전문위원 윤정일 교수(서울대)는 『대학입시가 획일적으로 국가관리였던 시대는 지났고 이젠 입시문제를 어느 정도 대학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으므로「기부금 입학제」도 행정당국이 획일적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대학 자율에 맡겨야하며, 사립대학의 재정난을 해결키 위해서는 이미 영국·미국 등의 사립대학에 보편화된 「기부금 입학제」를 더 이상 반대할 이유가 없으며,마땅히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차경수교수(교육학)는 『빈부의 격차가 심한 우리 상황에서 경제적인 우월이 교육기회의 우월로까지 이어진다면 사회적 신의의 마지막보루인 대학의 명예가 상처를 입게된다』고 지적, 『일부계층의 부가 정당한 수단에 의한 것이냐의 여부가 논의되는 마당에 일부 특수층에 입학특전을 준다는 것은 기회균등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대입장을 밝혔다.
많은 교육계 인사들은 고등교육의 75%를 맡고있는 우리나라 사학이 학교재정의 85%이상을 학생납입금에 의존하고, 사학재단이 기여하는 재정적 비중은 75%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므로 사학의 활성화·개성화·특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기부금 입학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의견으로 대체로 찬성의견을 나타냈다.
◇외국의 예 = 대학의 기부금제도가 가장 보편화된 미국의 경우 주립대는 전체학교운영자금의 4%를, 사립대는 11%를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에는 학교운영예산의 16%를 이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81년에만 이 기부금으로 입학한 학생이 전체의 10% 정도나 된다.
기부금이 비교적 많은 경영대학은 전체 운영예산의 35%를, 교육대학은 25%를 이에 의존하는 실정.
미국의 명문 하버드·MIT·스탠퍼드대 등은 다른 대학에 비해 이 같은 기부금 액수가 점점 높아져 대학에서는 한해의 시설보완·교수확보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책정한 후 일정비율의 금액을 이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도 교육비가 높은 의과대학의 경우 이 제도를 사회적으로 공인, 수억엔의 기부금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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