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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국산 자동차·철강 수출 차질 가능성…수출 30% 차지 삼성·LG전자도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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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러스트 벨트(Rust Belt·녹슨 공장지대)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국내 철강·자동차 업계는 긴장해야 한다.”

국내 산업 업종별 명암
반도체·화학·조선 큰 영향 없어
통신인프라·의약품은 전망 밝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한국무역협회의 제현정 연구위원은 이렇게 정리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칼끝이 철강·자동차 업계를 집중 겨냥할 거란 예측이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 오대호 일대의 낙후한 공업지대다. 이 지역의 철강·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쇠락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사람은 떠났다. 트럼프는 이 지역을 돌며 “강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쳐 일자리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오하이오·미시간·펜실베이니아가 일제히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배경이다.

가뜩이나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유탄을 맞을 걸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국내 철강 수출물량(3000만t) 중 대미 수출량(395%)은 13%가 넘는다. 미국은 이미 국내 철강·금속 제품에 반덤핑 관세 등 18건의 규제를 펼치고 있는 상황.

김지선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철강업계는 정치적 입김이 세기로 유명하다”며 “트럼프의 극단적 공약이 실행된다면 한국과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중 국내에서 만들어 내보낸 물량은 각각 44%, 63%에 달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도요타·폴크스바겐이 리콜로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국내 자동차 업계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마트폰과 가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전자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각각 42조5042억원, 16조39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회사 전체 수출액의 30% 수준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자제품과 정보기술(IT) 부품의 수출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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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화학·조선 등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걸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사실상 무관세 품목인 데다 세계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얼추 완료돼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된 상태다. 화학·조선업은 대미 수출 비중이 미미하다.

건설업과 통신인프라·의약품 산업은 전망이 밝다. 특히 트럼프는 “임기 중 공공인프라에 1조 달러(약 115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건설·기자재 등 유관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약값 규제를 없애겠다는 공약에 비춰볼 때 국내 의약품 수출 기업도 호재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임미진·김기환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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