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 교육감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요구

중앙일보

입력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김지철 충남교육감, 김병우 충북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왼쪽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김지철 충남교육감, 김병우 충북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왼쪽부터).

김지철 충남교육감과 김병우 충북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9일 공통성명을 통해 28일 공개 예정인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최근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민주주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며 “넓고 긴 안목과 바른 사관으로 엄정하게 추진해야 할 역사교과서 편찬사업에도 국정농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면집필, 깜깜이 집필로 모자라 ‘최순실 교과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어 교과서로 부르기도 참담한 지경”이라며 “정부는 역사교과사 국정화를 당장 중단하고 수정 고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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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교육부가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불통행정”이라며 “시간적으로 촉박한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막아내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성명서 전문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성명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당장 중단하고 수정 고시하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신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을 다시 새겨 본다.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온 국민이 참담함을 넘어 분노로 들끓고 있다. 공적인 국가 권력을 사익의 도구로 전락시킨 자들로 인해 민주주의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고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왜 그렇게 고집했는지 의문의 실마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넓고 긴 안목과 바른 사관으로 엄정하고 올곧게 추진되어야 할 역사교과서 편찬 사업조차 국정농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펴보며 미래로 나아가는 엄중한 일이다. 전제군주 시대에도 역사기록은 임금이 함부로 간섭하지 못하였다. 역사교과서는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만들어지는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복면집필·깜깜이 집필이라는 비판도 모자라, 이제 ‘최순실 교과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교과서’라 부르기도 참담한 지경이다. 조롱거리로 전락한 역사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이미 타당한 근거와 명분, 추진 동력을 상실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것이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당장 중단하고 수정 고시하라.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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