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최·차 예산' 800억만 깎는다는 문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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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최순실 예산’ 3057억원 중 892억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순실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41개 사업 중 23개 사업만 소폭 삭감해 '꼼수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데도 관련 의혹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문체부가 7일 발표한 ‘문제사업 점검 및 조치계획’에 따르면 문체부는 내년 예산안 중 최순실 예산이라는 의심을 받는 41개 사업 예산을 3057억원에서 2403억원으로 축소한다. 892억원(26%)이 줄어든다. 앞서 지난 4일 751억원을 삭감하겠다고 했다가 반발이 일자 추가 삭감안을 내놨다. 문체부는 이 점검안에서 차은택 감독에게 일부 특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차 감독이 2014년 제작해 공연한 뮤지컬 '원데이'에 문체부 예산이 지원된 것이다. 원데이 행사는 차 감독이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처스와 융복합공연예술축제 조직위원회가 공동주관하고 차 감독이 총연출을 맡았다. 당시 문체부 예산 3억3000만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문체부는 최순실ㆍ차은택씨가 총괄 기획한 의혹에 휩싸인 문화창조벨트 사업 예산은 계속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중 문화창조벤처단지 구축 및 운영 예산(555억원)에 대해 “사업 집행 과정에서 일부 개인에 유출된 의혹이 있으나 그 일부를 도려내면 문제가 없다”며 192억원만 삭감했다. 최순실씨의 입김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문화창조아카데미 조성 및 운영예산(309억원)도 258억원으로 줄였으나 사업은 유지키로 했다. 문체부는 “일부 의혹의 문제로 사업 전체를 폐지하면 잠재력 있는 수많은 인재들의 콘텐츠 창업 기회를 상실하는 등 다수 정책 고객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사업이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체부의 최순실 예산 집행 및 삭감 현황

2017년 예산

의혹과 사유

문화창조벤처단지 구축·운영

555억->363억

특정인의 사익추구 의혹 부분 도려내고 사업유지

문화창조아카데미 조성·운영

309억->258억

사업 전체 폐지하면 교육산업 전반에 피해자 생겨 유지

문화창조융합벨트 글로벌허브화

169억->24억

사업에 대한 의혹제기로 성과 기대하기 어려워 축소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

86억->0원

특정인 개입 없었지만 국민불신 커져 폐지

대한민국 통합이미지 연구·개발

30억->15억

차은택 관련회사 수의계약 의혹은 사실 아니라고 판단. 홍보비 과다책정 등 국회 지적 반영

K스타일허브 구축

13억->0원

차은택 개입 의혹 제기. 비판적 여론 감안

스포츠산업펀드 조성

300억->200억

김종 전 차관 개입 의혹 제기

3057억->2186억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이미 예산이 집행된 사업에 대해서도 위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늘품체조 사업은 스포츠개발원이 2년간 2억원을 들여 개발한 코리아체조 대신 갑자기 등장해 차 감독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업에 대해 문체부는 "늘품체조 영상물 제작을 차씨와 친분있는 회사 엔박스에디트에서 제작했으나 정산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영상제작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안의 긴급성 및 주요인사 참석행사 등의 이유로 수의계약을 했으나 법령위반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에는 5억8000만원이 들었다.

이 밖에 최순실 조카 장시호씨가 개입됐다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해서는 "의혹이 있으나 사실관계가 판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표절논란과 차씨 관련 회사 수의계약 의혹을 낳았던 국가브랜드(크리에이티브코리아) 개발 과정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비선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고, 더플레이그라운드 회원사로 보도된 11개 업체 중 3개업체와 수의계약한 사실이 있으나 계약당시엔 모르는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해당 예산의 추가 삭감을 계속해서 요구할 방침이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최순실 예산 관련성을 대부분 부인하는 해명성 설명이 많아 부적절해 보인다”며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더 찾아 삭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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