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은 재방의 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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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구정은 재방의 날인가. KBS와 MBC-TV 는 오는29일 「민속의 날」에 종일방송을 실시, 정규프로그램을 제외한 각종 특집프로그램 20여편을 내보낸다.
그러나 이들 20여편 가운데 양사가 구정용으로 새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KBS·MBC 각각 고작2편씩 (그것도 쇼·인형극이3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재방이거나 재방과 다를바 없는, 즉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가벼운 방화나 외화, 철지난 해외스포츠녹화방송등으로 채워질 계획으로 있어 지난 신정때와 비교해 너무도 초라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KBS 제1TV가 유일하게 구정용으로 만든 것은 구정전날인 28일밤 방영될 「정수동」을 소재로 한 해학드라머 『가짜양반타령』과 29일저녁 방영될 민속의날 특집 쇼 『봄이 오는 팔도강산』뿐 .구정날 하루종일 방영될 특집들을 보면 신정때 방영됐던 다큐멘터리『코리아팬터지 백두대간』재방, 지난해말 방영됐던 외화『용사의 검』재방, 만화영화 『찰즈 디킨즈의 데이비드 코퍼필드」, TV문학관 『병풍에 그린 닭이』재방, WBC헤비급 세계타이틀전「버빅 대 타이슨전」 녹화방송, 방화『길』(하명중주연), 외화『뜨거운 추적』순.
KBS제2TV는 이날 지난해10월 방영했던 문화의달 특집극 『초혼가』재방, 지난연말 열렸던 일간스포츠 골든디스크가 녹화방송, 서커스『스타와 마술』녹화방송, 만화영화『마징거 Z』재방, 방화『아스팔트위의 여자』(김영란주연)등 손하나 움직이지 않고 특집시간대를 메운다.
MBC-TV는 특집 인형극 『자린고비와 허VND선』, 특짐쇼『새봄이 오네』를 제외한 나머지 특집을 만화영화 『은하철도999』재방, 방화 『성춘향』(장미희주연), 신정특집극『우리들의 신부』재방, 중국영화 『소림사의 비권』등으로 채운다.
이처럼 일반 주말프로그램편성보다 하등 나을게 없는 재방시리즈로 구정하루를 때우겠다는 안이한 자세는 가뜩이나 잊혀져가고있는 우리민속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 무엇보다도 앞장서야할 TV의 기능을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수 없다.
단적인 예는 MBC가 이날 방영할 예정이었던 다큐멘터리『농사의 사계』. 이프로그램은 MBC가 올해신정이나 구정날 방영하기위해 1년전부터 장기제작해온 야심작이었으나 KBS의 같은 시간대가 외화·방화로 채워지자 시청률이 낮을것으로 판단, 2월이후로 방영이 연기되고 말았다.
구정은 아직까지 신정보다는 우리민족정서 깊숙이 자리잡은 제일 큰 명절날이다. 차분하게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세시풍속의 의미를 돌이켜볼수있는 드라머나 다큐멘터리 한편 없는 올해 구정은 TV로 인해 더욱 쓸쓸해질 것같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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