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도 말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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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든 변사체는 검시를 통해 그 사인을 밝히게 된다. 그래서 법의학에서는「사체는 말한다」는 명구가 자주 인용된다. 이번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 박종철군의 사체도 어떤 형태든 이런 과정을 거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면 이러한 검시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알수있는지 국내 법의학계의 권위인 고려대의대 문국진 교수(고려대법의학연구소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검시는 시체의 외표검사만으로 사인을 추정하는 검안과 직접 사체내부를 조사하는 부검으로 나누는데 이러한 검시를 통해 사망의 종류·사인·사후경과시간·치사방법·사용흉기나 독물등을 구명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제공하게된다.
사망시간은 시반(시체피부에 나타나는 혈액에 의한 얼룩점)의 진행정도나 시체가 굳어지는 시체경직(시강), 체온의 냉각, 부패의 진행등을 통해 추정하게 된다.
예로서 시반의 경우 사후30분∼1시간부터 점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시간경과와 더불어 점점 커져서 4∼5시간이 지나면 큰 반을 형성하며 시강의 경우는 빠르면 1시간, 평균적으로는 사후 2∼3시간에 얼굴에 출현하기 시작, 10∼12시간후에는 최고도에 달한다.
또 각막에 가벼운 혼탁이 나타나면 ]시간정도, 팔다리와 얼굴에 냉감이 있으면 1∼2시간정도 경과된 것이며 직장체온을 일정시간 간격으로 재고 그 하강속도에 따라 사망시간을 역산하기도한다.
이러한 현상은 변사자의 연령이나 영양·기온·사인·죽음직전의 상태등에 따라 다름은 물론인데 이상시체현상의 하나인 미이라(새튼이)는 시체의 수분증발이 부패보다 빨리 진행돼 부패는 정지되고 시체는 건조되어 거의 원형을 유지한 경우다.
시체에 나타난 상처를 보면 그것이 둔기(돌·망치·삽·각목·주먹등)에 의한 것인지 예기(칼·송곳·도끼등)나 총기에 의한 것인지는 물론 흉기의 작용방향, 각도, 가격횟수, 피해당시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세및 체위, 가해자의 습관(왼손잡이등) 등을 알아낼 수 있는데 이러한 조사에는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된다.
교통사고사인 경우 피해자손상의 분포나 배열형상을 정확히 조사함으로써 사고당시피해자와 가해차량과의 상호관계나 차종등을 파악할 수있다.
질식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질식사란 호흡에 의한 가스교환이 어떤 원인으로 장애를 받아 사망하는 것으로 산소가 부족한 공기를 마시거나 비닐주머니를 쓰는 경우, 코나 입이 막힌 경우, 의사(액사=목에 감겨진 끈에 자기의 체중이 작용해 목이 죄는 경우), 교사(목에 감겨진 끈에 자기 체중이외의 힘으로 목이 죄는 경우), 액사(액사=목을 손으로 눌러 질식하는 경우) 등 기도압박에 의한 경우, 익사와 같이 액체가 기도를 막는 경우, 무거운 물체에 눌려 호흡운동을 못하는 경우등 수없이 많은데 이번 박군의 경우는 경부(목)압박으로 인한 질식사로 경찰이 발표한바 있다.
질식사에서는 저산소혈증으로 동맥혈도 정맥혈처럼 암적색을 띠고 혈액응고가 진전되지 않으며 뇌·폐·우심방·간·신등의 장기에 울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감전사등 전기에 의한 경우 전기가 출입한 피부부위에 전류반이 생긴다. 이것은 특히 습기가 많을때는 생기지 않으며 불의의 감전일수록 위험한데 전기고문에 의한 사망도 감전사의 일종이다.
이밖에 혈흔이나 인체분비물(침·정액등)·배설물·모발·지문등을 통해 개인식별은물론 가해자에 대한 단서를찾아낼 수도 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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