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J카페] "카톡하자"를 영어로 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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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 `카톡`. [중앙포토]

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 `카톡`. [중앙포토]

‘카톡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자는 의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이 ‘카톡해~’를 영어로 말하면?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text me.(연락해)” 서비스 이름이자 다음과의 합병 전 회사 이름이기도 한 카카오톡이 동사(動詞)처럼 쓰인 예다. 매년 예일 문장백과사전(Quotations: The Yale Dictionary)을 편집하는 프레드 샤피로 예일대 법대 교수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등 무형자산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메리엄-웹스터 사전 속 ‘구글’.[사진 웹사이트 화면 캡쳐]

메리엄-웹스터 사전 속 ‘구글’.[사진 웹사이트 화면 캡쳐]

한국에선 흔치 않지만 나라 밖에선 꽤 많은 기업의 이름이 동사가 됐다. 구글하다(검색하다), 포샵하다(합성하다)처럼 일상 대화의 일부가 된 기업이다. 문서관리회사인 제록스는 ‘복사하다’, 항공 특송회사인 페덱스는 ‘(특송으로) 택배를 부치다’라는 의미로 사전에 올라 있다.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 업체인 티보(TiVo)는 요즘엔 사용자가 많지 않지만 여전히 ‘TV프로그램을 녹화한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로 남아 있다.

DVD 대여업체에서 출발한 넷플릭스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업체로 진화했다. [중앙포토]

DVD 대여업체에서 출발한 넷플릭스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업체로 진화했다. [중앙포토]

사전에 오르지 않아도 동사로 쓰인다면 소비자의 언어생활을 통해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플릭스(netflix·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다), 스카이프(Skype·인터넷으로 화상 통화하다) 등도 동사의 지위를 얻었다. 모두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경영전략가 척 마틴은 “특정 기업이 제왕적 지위에 올랐음을 알 수 있는 것은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동이 하나의 ‘브랜드 동사(verb branding)’가 됐을 때”라고 설명했다.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된 우버는 음식배달·택배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된 우버는 음식배달·택배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구글의 바통을 이을 동사로 가장 유망한 단어는 우버(Uber).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 기업으로 주로 “우버하자(Let’s uber)”라는 식으로 쓰인다. 어번딕셔너리(도시에서 현재 사용하는 언어를 정리한 웹용 사전)에서는 우버를 ‘서로 필요할 때 연락해 공유하다’라고 정의한다. 우버에서 영향을 받은 기업이 확산하며 우버화(uberfication·플랫폼을 활용해 공유경제를 창출하는 기업)라는 파생어도 생기고 있다.

“Just Venmo me!(그냥 벤모로 입금해줘)”는 스마트 금융의 사회적 열풍을 반영하고 있다. [사진 벤모]

“Just Venmo me!(그냥 벤모로 입금해줘)”는 스마트 금융의 사회적 열풍을 반영하고 있다. [사진 벤모]

구글·우버처럼 동사가 되는 기업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너한테 돈 보냈어(I venmoed you)”라는 의미로 쓰이는 핀테크 기업 벤모(Venmo)도 좋은 예다. 문자를 보내듯이 간단히 송금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 더치페이를 할 때 주로 쓰인다. 택시비를 나누어 내기도 하고 월세를 분할 지급하기도 한다. 금융거래 자문사 메르카토르 그룹의 론 마주르스키 애널리스트는 “20·30대에 번지는 ‘스마트폰 더치페이’ 문화를 파악해 추억을 간직·공유하고 싶어 하는 행동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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