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미 대공황 때 만든 GDP ‘경제학 최고 발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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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요즘 그 나라 경기 어때?

소득 불평등 문제 커지면서
‘위대한 개츠비 곡선’ 나와

100년 전 이런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간단하게 답을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이라는 경제지표가 등장한 건 미국의 경제 대공황(1929~39) 시기였다. 길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고 시중에 돈이 돌지 않던 시절이었다. 1932년 미국 의회는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에게 국가의 수입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제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쿠즈네츠는 1937년 GNP(국민총생산·국민이 벌어들인 총소득)와 GDP(국내에서 벌어들인 총소득)라는 지표를 만들었다.

미국 상무부가 ‘경제학의 최고 발명품’이라고 칭찬한 이 GDP는 현재 통화·재정 정책의 밑바탕이 됐다. 세계 경제·정치 트렌드 분석전문기관 리버 트와이스 리서치의 자카리 카라벨 소장은 “대공황이 있어 GDP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최근 경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문제는 소득 불평등이다. 2011년 마일스 코락 캐나다 오타와대 경제학 교수는 ‘대대로 이어지는 불평등’이라는 논문에서 부의 불평등과 사회적 이동성 사이의 관계를 밝혔고 2012년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 그래프에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경제지표의 세계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임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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