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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점 높은 1순위 강남 노릴만…2주택·재당첨자는 관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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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규제가 가해지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 4구와 경기 과천시 등에서는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반면 다른 지역의 청약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중앙포토]

# 1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6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인근 수지파크 푸르지오 견본주택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100m 넘게 줄을 서 있었다. 지난 4일 개관 이후 사흘간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만 2만5000명에 달했다. 전태종 대우건설 분양소장은 “방문객이 상담을 받으려면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며 “이번 대책과 무관하게 6개월 후 전매가 가능하단 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 규제 피한 단지 100m 줄
규제 지역은 분양 연기 잇따라
모집공고 이미 낸 곳 최고 249대 1
전매 제한없는 오피스텔도 인기

#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49)씨는 지난 토요일에만 문의 전화를 20통 이상 받았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아파트 견본주택이 언제 문을 여는지 묻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씨는 “애초 4일 오픈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분양 일정이 미뤄지자 수요자들이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신규 분양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청약 규제를 피한 아파트·오피스텔에는 청약자가 대거 몰렸지만, 규제 적용 대상이 된 아파트는 분양 일정이 연기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수요자들은 시장 향방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달 안에 청약제도가 크게 바뀌는 만큼 청약 전략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이번 대책의 규제 대상은 시장 과열 우려가 있는 37곳으로, ‘조정 대상지역’으로 묶인다. 핵심은 이들 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과천시, 하남·고양·남양주·화성 동탄2신도시, 세종시 공공택지 분양물량은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다. 강남 4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과 성남시 내 민간택지 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이 1년 반으로 늘어난다. 강화된 전매제한 규정은 지난 3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단지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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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아파트에는 ‘막차수요’가 대거 몰렸다. 대부분 ‘조정 대상지역’에 포함된 단지다. 3일 청약을 받은 서울 용산구의 롯데캐슬 센터포레는 157가구 모집에 2만4486명이 청약했다. 평균 경쟁률은 156대 1로 올해 강북권 최고 경쟁률이다. 같은 날 분양된 세종시의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 세종도 평균 2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들 지역에서 전매가 가능한 마지막 아파트여서 청약자가 대거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순위에서 청약을 마친 뒤 당첨자 계약을 받은 서울 마포구 신촌숲 아이파크 견본주택 주변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이 몰렸다. 전매제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계약자에게 분양권 매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 떴다방 관계자는 “계약 직후 분양권 웃돈이 최대 5000만원까지 붙었다”고 귀띔했다.

규제 대상이 아닌 오피스텔 분양시장에도 투자수요가 몰렸다. 우미건설이 지난 4일 분양한 동탄 린스트라우스 더레이크 오피스텔은 평균 33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고작 186실 모집에 6만2383명이 몰렸다. 같은 날 문을 연 하남 미사 롯데캐슬, 평촌 자이엘라 견본주택은 주말 동안 수만 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반면 조정 대상지역에서 분양 예정이던 아파트 중 분양 일정이 미뤄지는 곳도 잇따른다. 청약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건설사 등이 분양 일정과 분양가를 재검토하기 위해서다. 대림산업의 관악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중흥건설의 동탄 중흥S-클래스 에코밸리는 이달 초 분양 예정이었지만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선보일 예정이던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도 분양 계획이 미뤄졌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있어 이달 중순 이후로 일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 규제의 미비를 찾아 분양권 전매 규제가 덜한 분양 상품을 찾는 ‘풍선 효과’가 예상되지만, 수도권과 지방 일부 지역으로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의 청약 전략 또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정 대상지역에서 1순위 자격이 까다로워지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최장 5년간 재당첨도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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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14에 따르면 11~12월 전국에서 8만122가구(임대 제외)가 분양될 예정이다. 수도권이 4만5378가구, 지방이 3만4744가구다. 특히 이번 대책의 영향권에 있는 조정 대상지역에서도 2만7000여 가구가 대기하고 있다. 당장 이달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잠원한신 18차와 24차를 통합 재건축하는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방배3구역을 재건축하는 방배아트자이가 분양 예정이다. 올해 강남권 마지막 재건축 단지로, 모두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다. 경기도에선 대림산업이 짓는 다산신도시 자연앤e편한세상 2차 등이 규제 영향권에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순위 자격 여부에 따라 청약 전략이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1순위 조건이 되고 청약가점(84점 만점)이 60점을 넘는다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강남과 같은 인기지역에 청약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현재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은 분양물량의 40%를 가점제로 뽑는다. 정부는 원래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40% 범위에서 가점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했지만, 이번 조정 대상지역에선 자율시행을 유보하고 4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반대로 2주택자나 재당첨자인 수요자는 시장을 관망하는 게 낫다. 박원갑 위원은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를 읽으면서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 강남 4구 아파트 입주물량은 7031가구로 올해(6723가구)보다 많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의 경우엔 목돈 마련이 우선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신혼부부는 특별공급을 많이 노렸지만 1순위 가점도 낮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심사 강화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무조건 청약하기보다는 자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희·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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