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도 벌고 사회도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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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방학을 이용, 학비도 벌고 사회도 배워나가려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몇년전까지만해도 대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르바이트가 최근 1∼2년간 중·고생에게도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국교생들 사이에는 「아르바이트 놀이」(여럿이 둘러앉아 아르바이트 직종을 정하고 그 흉내를 내는것)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식이 높아졌다.
이번 겨울방학기간중 선보이고 있는 가장 이색적인 아르바이트는 온라인 만화. 만화가 새로운 대중매체로 자리잡아가는데 착안, 서울신촌일대를 중심으로 만화가게까지 갈수는 없으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둘에게 전화주문을 받아 만화를 배달·수거하는 서비스의 일종이다. 하루 4시간씩 상오·하오로 나뉘어 일하는데 기본급 2천원에 실적에 따른 별도 수당이 더해진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김도훈군(26·인하대 기계과 2년)은 『그간 26곳을 방문, 10군데를 단골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플래스틱 머니 시대를 맞아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진 크레디트 카드 가입 권유도 이색아르바이트 중의 하나.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크레디트 카드회원 1명 가입마다 1천2백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연체율이 높은 대학생 학자금 융자에 대학 해결책으로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기용하고 있다. 아르바이트학생들이하는 일은 연체자들의 소재를 파악해 주는 것. 상오9시30분∼하오5시30분까지 하루 8시간근무인데 일당5천5백원과 점심값 2천원, 그리고교통비등이 실비로 지급돼 보수가 꽤높은 편이다.
아르바이트의 대부분이 자신의 전공이나 학업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이뤄지고 있는것과는 달리 체육학과 학생들은 자신의 특기를 살릴수 있어 이채. 어린이회관에서 실시중인 스케이트교실에서 학생을지도하고 있는 이의영양(23·동덕여대체육교육과4년)은 『겨울에 야외에서 지도하려니 얼굴이 얼고 힘이 들지만 하루2시간 근무에 시간당 5천원으로 1기(10일)지도에 10만원의 수입을 올릴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어린이 과학교실에서 실험강사를 하는 이들도 전공관련의행운아들. 질량재기·밀도측정·자석의 성질등 갖가지 물상실험을 지도하고 있는 육심무군(26·숭실대대학원 물리학과)은 『거리질서요원등 전공과 관련없는 아르바이트를 할때는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시간 허비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고 오히려 어린이들의 「엉뚱한」 질문때문에 새로 공부를하게 되는 이점도 있다』고 들려준다.
이들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 온라인 만화 신복현씨는 『고객관리에 있어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화제와 신선한 생각들이 크게 도움된다』고 말했다.
어린이회관 손미자과학과장 역시 『방학동안 학생이 크게 몰리기 때문에 학생강사를 채용했는데 정교사 못지 않게 성의가 넘친다』고 흡족해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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