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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해외로케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영화계에 해외촬영 바람이 불고있다. 각 영화사들은 미국·일본은 물론 유럽과 동남아를 무대로한 영화촬영에 경쟁을 보이고있다. 이같은 해외촬영붐은 제작자유화 이후 흥행성을 앞세운 과감한투자와 해외시장개척이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촬영중이거나 준비중인 영화는 배창호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날』등 8∼9편에 이른다.
변장호감독의 『이브의 건넌방』이 최근 일본 5개도시에서 순회로케를 마친데 이어 강대진감독의 『몽마르트르언덕의 상투』가 파리에서 한창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기쁜 우리 젊은날』과『유정』(김기감독), 『삿보로의 밤사냥』(이혁수감독)의 제작팀이 이달중에 각각 미국과 일본으로 떠난다. 이밖에 『아메리카의 달빛』(임권택감독), 『파리 애마』(정인엽감독), 『밀월』(변장호감독) 등도 곧 미국과 파리·동남아등지로 촬영을 나설 채비를 차리고 있다.
각 영화사들이 이처럼 다투어 해외로케에 나서는 것은 지난 85년 미국서 올로케한 영화 『깊고 푸르밤』이 서울개봉관에서만 6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여 한국영화사상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던 사실에 크게 자극받은 것으로 영화계는 보고 있다. 또 이제는 국내만을 배경으로는 더이상 참신한 소재를 찾기 어러워졌으며 관객들도 새로운 영상과 스케일을 요구하고있기 때문이다.
정을병씨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브의 건넌방』(임동진·나영희주연)은 일본을 무대로 형부와 처제의 「금지된 사람」을 그린 여성멜러영화. 동경등 5개도시에서 순회촬영했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상투』(정동환·안소영주연)는 파리에서 그림공부하는 화가의 방황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현재 현지로케를 거의 끝마쳤다. 본격적인 유럽로케는 70년대초 신상옥감독이후 10여년만이다.
배창호감독이 스스로 각본을 쓴 『기쁜 우리 젊은날』은 배감독과 배우 황신혜·안성기등 제작팀이 이달말 미국으로 떠난다. 뉴욕을 배경으로 회사원과 연극배우의 애틋한 사랑얘기를 담는다.
이밖에 춘원 이광수원작소설을 80년대 얘기로 각색한 『유정』, 최근 새영화사 두손필름을 설립한 정인엽감독의 『애마부인』시리즈 제4탄격인 『파리 애마』, 『티겟』의 콤비인 작가 송길한·감독 임권택이 준비중인 『아메리카의 달빛』도 북해도·파리·발리섬·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촬영된다.
영화경론가 김종원씨는 『한국영화의 무대를 넓힌다는 뜻에서 우선 반가운 현상』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관객들에게 관광엽서식의 눈요기 효과를 노릴 시기는 지나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할것』이라고 강조한다. 『뚜렷한 주제와 소재의 타당성을 갖추지못한 해외로케영화는 관객들에게 외면당할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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