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개똥 투척’사건, 배후세력은 ‘동네 똥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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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의 핵심 최순실(60·구속)씨가 검찰에 출석할 당시 검찰 청사에 개똥을 투척한 남성이 자신의 SNS에 경찰 조사 후기를 남겼다. 그는 지난달 31일 최씨가 취재진에 둘러싸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간 후 “검찰부터 똑바로 수사하라”며 개똥이 담긴 용기를 투척했다.

[사진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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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은 SNS에서 ‘둥글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박성수(43)씨로 알려졌다. 박씨는 개똥투척 직후 현행범으로 체포돼 3시간여 동안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박씨는 3일 자신의 SNS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제목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에는 동네 개의 변을 퍼 담는 자신의 모습과 그 배후세력이라는 동네 개의 모습이 모자이크 돼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개똥을 어디서 퍼왔나?’, ‘개똥을 퍼온 반찬통은 언제 구입했나?’, ‘몇 곳에서 퍼왔고, 퍼오는 데 몇 분이 걸렸나?’ 이런 ‘강도 높은’ 심문에 나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면서 “조사를 받는 내내 나는 내가 검찰청에 ‘폭탄’을 던진 테러리스트였는지 잠깐씩 헷갈릴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나는 그들의 취조에 굴하지 않고 끝끝내 내 배후세력이 ‘동네똥개’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며 ‘거사 당일 날 동네 똥개의 똥을 퍼 담는 모습’이라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사진과 함께 “개의 인상이 드러나면 긴급 체포될 수 있어서 개는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씨는 과거에도 경찰청과 대검찰청 등 주요 국가기관 앞에서 개 사료를 뿌리거나 개가 짖는 퍼포먼스를 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전력이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해 8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되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아 풀려났다.

한편 경찰은 박씨를 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 훼손, 건조물 침입 등 3개의 혐의를 적용해 조사했으나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

박씨가 쓴 SNS글 전문

중앙지검에 개똥을 뿌리고 나서 끌려가 3시간 동안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받은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똥을 어디서 퍼왔나?’, ‘개똥을 퍼온 반찬통은 언제 구입 했나?’, ‘몇 곳에서 퍼왔고, 퍼오는데 몇 분이나 걸렸나?’, ‘개똥을 퍼가게 한 배후세력이 있나?’. 이런 ‘강도 높은’ 심문에 나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물론 경찰이 이런 질문을 한 것은 검찰로 부터 ‘강도 높게 조사하라’고 수사지휘가 내려온 이유였다. 하여간 그런 이유로 조사를 받는 내내 나는 내가 검찰청에 ‘폭탄’을 던진 테러리스트였는지 잠깐씩 헷갈릴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취조에 굴하지 않고 끝끝내 내 배후세력이 ‘동네똥개’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나는 박정희처럼 저 살자고 동료를 다 불어버리는 그런 인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박씨는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검찰이 귀국과 동시에 체포해도 부족한데 호텔에서 쉴 수 있게 했다는 뉴스를 보고 화가 났다”며 “허술한 검찰 수사에 화가 나고 분해서 아침에 개똥을 싸들고 상경,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 개똥을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를 방해할 생각도 없었고, 서울중앙지검에 해를 끼칠 생각도 없다”며 “그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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