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환경서 일할 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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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작업환경을 쾌적하게 한다는 것은 작업의 능률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산업이 고도화하고 생산업종이 다양화함에 따라 새로운 작업환경에 임하게되는 근로자들에 대한 건강 배려는 그때그때 주의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런 시각에서 정부가 앞으로 사업장의 인체유해물질 단속 대상을 대폭 확대키로 한 조치는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노동부는 단속대상을 현재의 60가지에서 5배 이상이 늘어난 3백30여종으로 늘리고 이에 화학물질과 먼지·소음·가스·고온·증기등도 위해물질로 간주, 단속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유해물질의 허용기준치도 새로 낮추어 정하는 한편 위반 업소는 사직당국에 고발토록 하고 있다.
고발에 이르기 전에 사업자들이 이러한 기준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근로자의 건강 보호와 나아가서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점에서 양쪽에 모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를 대별하면 작업장에서의 안전사고와 작업환경에 의한 질병등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 안전사고는 지난 80년이후 매년 증가해 오던 추세가 85년부터 약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편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에게 치명적인 직업병으로 알려진 진폐증환자는 최근 5년동안 거의 3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 작년에 이 병으로 사망한 탄광근로자만도 4백70명에 이른다. 현재도 진폐증을 앓고 있는 근로자는 5천3백명에 이르며 이것은 전체 탄광근로자의 7%가 넘는 숫자다. 국내 직업병중 환자로나 사망자에서 최고의 수준을 보이는 질병인 것이다.
이처럼 진폐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탄광작업장이 갈수록 깊어져 분진의 농도가 높아지는 반면, 업주들이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진폐예방시설을 소홀히 하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작업장의 환경불량에서 오는 질병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각종 화학물질과 중금속에 장기간 오염돼 생기는 호흡기·순환기계통의 질병과 지나친 진동이나 소음에 의해 초래되는 청각강애, 정신장애등 여러가지 질병에 의해 근로자들은 알게 모르게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직업병은 우선적으로 근로자들의 인권적 차원에서 예방되고 치유돼야 한다. 근로자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법에 의해 보장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근로자들의 건강유지와 작업환경의 개선은 작업능률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실리적인 면에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직업병 환자가 10년 이상된 고참 근로자들에게 많다는 사실을 보면 숙련 근로자를 직업병으로 희생시키는 것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인 손실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전개될 고령화 사회에서는 근로자의 전반적인 연령이 높아질 것에 대비, 작업환경 개선에의 의지와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산업응용에 따라 위험·유해물질의 양상도 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단속과 대응도 기민하고 철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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