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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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대통령은 그때 색안경을 쓰고 방미길에 나섰다. 1962년「케네디」대통령을 만나러 갈때의 얘기다.
혁명직후 처음으로 국제정치 무대에 데뷔하면서 그는 세계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했던 것같다.
안경은 두 눈앞에 유리알을 걸치는 도구에 지나지 않지만, 때로는 가슴속에 베일이라도 치는 것 같은 효과도 있다.
작고한 국문학자 양주동박사의 글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 약관으로 대학 강단에 서는데 학생들의 시선을 피할 길이 없어 생으로 안경을 걸쳤다고 한다.
안경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다. 서양의 기록으로는 7백여년 전에 안경이 발명된 것으로 되어 있다. 사탑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피사지방에서 한 수사가 고안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것은 수사라는 신분 때문이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구를 발명하는 것은 신명에 거역하는 것이라는 죄의식에서 그는 끝내 이름을 숨겼다는 것이다.
동양의 안경은 서양보다 역사가 더 길다. 송나라때(서기960∼1260년) 중국의 조희곡이라는 사람이 쓴 『동천청녹』에 「모양은 동전과 같고, 색깔은 운모같은」 안경얘기가 있다. 노인이 이것을 쓰면 정신이 맑아져 화필을 즐겁게 움직일수 있다고 했다.
그 안경을 한자로는 「애체」라고 쓴다. 구름 「운」자 오른쪽에 사랑「애」자를 붙이고, 또 한자는 역시 구름 「운」자 오른쪽에 체(체)자를 붙였다. 구름 「운」자가 곁들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안경알이 그렇게 맑지는 않았던것 같다.
이집트신화 속에 등장하는 태양신 「호루스」의 눈은 유명하다. 그의 오른쪽 눈은 태양, 왼쪽 눈은 달(월)을 상징한다.
이집트 사람들은 그 눈을 「우드자트」(udjat)라고 하는데, 그것을 그려 부적처럼 갖고 다닌다. 창조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눈을 「마음의 창」뿐 아니라 「머리의 창」으로도 여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안경이 전해진 것은 16세기 무렵이다.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김성일이 사용했다는 안경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 안경의 모양은 일본 것과 다르다.
우리나라엔 안경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쫌 된다.
요즘은 그 안경이 얼굴의 액세서리 구실까지 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겉멋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웃어야 할지, 꾸짖어야 할지-.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눈이 나빠지면 그때는 후회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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