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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환률 얼마까지 내릴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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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율은 올해 우리경제의「태풍의 눈」이다.
지난해 모처럼 이룩한 「흑자경제」가 3저가운데서도 엔고(저달러)에 결정적으로 힘입었던 점을 감안하면 원화절상이야말로 바로 그 호황의 기반을 흔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원화절상은 금리나 통화관리등 다른 경제정책처럼 우리가 마음대로 조정할수 있는 일이 못된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고, 그것도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씨름이라는데 고민이 많다.
이 때문에 환율에 대한 경제계의 불안감은 새해를 맞으면서 한층 높아진 느낌이다.
원화절상이 올해 어느선까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인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미 올들어 달러당 2원40전(0.3%)이나 떨어졌다.
현행 환율제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SDR(특별인출권)와 미일등 주요통화가치의 변동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는 복합적인 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비중이 큰 달러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선 정책적으로 「알파」를 가미하게 되어있어 경우에 따라 선정책의도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정부의 입장은 지난해와 동일 선상에 있다. 정부쪽에서는 작년에 원화가 미달러화에 비해 3.24% 절상된 만큼 올해도 그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말을 흘리고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수출경쟁력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급격한 변동없이」「대만의 환율운용을 지켜보며」 안정적 환율운용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업계는 3%내외의 절상폭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희망이고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누그러질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 절상폭은 5%를 넘어서 어쩌면 10%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벌써부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지난 가을이후 원화가 빠르게 절상되자 서둘러 ▲하청기업으로 환차손전가 ▲원자재 도입기일의 지연 ▲수출품의 조기선적등 환차손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벌여왔었다.
앞으로는 원화절상이 가속화될 경우 기업들은 채산성을 커버하기 위해 결국 수출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내기업들의 체질로 보아 과연 어느정도까지 원화절상 부담을 견뎌내느냐 하는 것이다.
무협이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환율절상선이 어느정도면(가격을 올리지 않는 상태에서)손익분기점이 되는가」를 조사한 결과 8백90원 이상이 6%, 8백60∼8백70원이 50.4%를 차지했다.
작년말 대미 환율이 1달러=8백61원40전이니까 이 조사대로라면 절반을 넘는 기업들이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협 미지부가 미국에 있는 39개 국내상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올해 환율이 5%절상될 경우 절반에 가까운 18개 업체가 대미수출이 작년수준에 머물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은이 계량모형을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규모를 기준으로 할때 원화가 10% 절상되면 수출은 4억5천2백만달러가 줄어들고, 수입은 4억6천4백만달러가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수출감소뿐만 아니라 원화절상은 투자마인드를 위축시킨다. 수출전망이 밝아야 시설투자를 늘릴텐데 환율이 많이 내려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할 것은 뻔하다.
한편 원화절상은 꼭 마이너스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수입물가가 싸져 물가상승에 완충역할을 하고 외채원리금의 상환부담도 줄여준다.
기업들에는 환율에만 의존치 않고 생산성향상을 위한 노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수출주도형 성장정책을 밀고나갈 수밖에 없는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밖에 없고 원화의 지나친 절상은 모처럼 이룩한 흑자시대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도 경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농수산물이나 서비스분야의 시장개방을 양보해서라도 최대한 원화는 절상폭을 줄여보자는 생각이다.
정부는 오는 4월과 10월게 아시아개발은행(ADB) 및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미국과 맞닥뜨릴 때 환율문제가 본격적으로 재론될 것으로 보고 적절한(?) 성의표시로 미국을 설득한다는 작전을 짜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정도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미·일·서독간에는 달러화 약세를 둘러싸고 이미 연초부터 국제환율전쟁이 심각해 그 결과가 자칫하면 한국·대만등 개도국의 환율절상 압력강화로 번질 우려가 커가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대만이 작년 한햇동안 대미환율을 11% 평가절상한 것도 우리로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한 원화절상 압력은 강화될 것이고, 따라서 우리의 기업들도 빨리 기술개발·생산성향상을 통해 고부가·고품질상품을 개발,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도 질질 끌려다니는 통상 외교가 아니라 호혜적인 무역확대의 방향에서 타협점을 찾는 현명한 교섭을 벌여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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