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동물 절반 이상 남북 전혀 '딴 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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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 ↔ 산달, 하늘다람쥐 ↔ 날다라미

하늘다람쥐와 날다라미, 독수리와 번대수리, 흑두루미와 갯두루미….

같은 야생동물을 가리키는 이름이지만 남한과 북한에서 부르는 이름이 이처럼 사뭇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같은 종(種)인지, 다른 종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남북한이 갈라져 반세기 이상 지나면서 남북한의 언어가 달라진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학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야생 동물의 명칭도 판이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사실은 본지가 29일 북한 '과학원 마브민족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우리나라 위기 및 희귀동물'자료를 입수해 남한 자료와 비교한 결과 드러났다.'마브'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주관하는 자연보호 프로그램이다.

북한 자료에는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 등 야생동물 1백83종의 명칭과 특성을 담고 있다.

이와 비교하기 위한 남측 자료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한국위원회의 '한국의 멸종위기 및 보호야생 동식물 국.영문 종 정보 기록연구'가 활용됐다.

만국 공통인 라틴어 학(學)명을 중심으로 남북한의 희귀동물 명칭을 비교한 결과 양측 모두 보호 대상에 포함된 동물은 모두 54종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55.6%인 30종의 이름이 달랐다. 학계의 관심이 많은 멸종위기.희귀종인데도 절반 이상이 다르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늑대.표범.수달 등은 같은 이름을 사용했으나 호랑이를 북한에서는 조선범, 반달가슴곰을 곰, 크낙새는 클락새, 알락해오라기는 알락왜가리로 표현하고 있다. 이 정도는 그래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학명 없이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북한에서는 맹금류인 큰말똥가리를 저광수리로, 겨울 철새인 아비를 붉은목다마지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와 함께 남한에서는 흰죽지수리라고 부르는 새(학명:Aquila heliaca)를 북한에서는 흰어깨수리라고 부른다.

일부에서는 학명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나 많은 학자들은 남북한의 원활한 학술교류를 위해서는 동물의 명칭을 통일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최근 서울을 찾은 일본 조총련계 교육기관인 조선대학의 정종렬(鄭鐘烈)교수는 "북한의 조류 3백93종 가운데 2백90여종의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며 "명칭을 통일하는 것이 남북한 학술 교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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