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저주 푼 조브리스트, 월드시리즈 MV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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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저주'를 푼 벤 조브리스트(35·시카고 컵스)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컵스는 3일 미국 오하이오주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WS 7차전에서 연장 10회 초 터진 조브리스트의 결승타에 힘입어 8-7로 승리했다. 컵스는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1908년(순종 2년) 이후 108년 만에 메이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컵스는 4차전까지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5~7차전까지 3연승을 달리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컵스는 8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이후 31년 만에 1승 3패에서 역전 우승한 팀이 됐다.

컵스를 지겹게 따라다닌 '염소의 저주'도 풀렸다. 컵스팬들은 WS에서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를 45년 염소의 저주에서 비롯됐다고 여겼다. 컵스팬인 빌리 시아니스는 자신이 키우는 염소 머피와 함께 45년 WS 4차전이 열린 리글리필드를 방문했다. 당시 컵스는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디트로이트에 앞선 상태였다. 경기를 관전하던 빌리는 '염소에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리글리필드에서 쫓겨났다. 화가 난 빌리가 독설을 퍼부었고 당시 컵스는 우승에 실패했다. 그게 해마다 저주처럼 컵스를 따라다녔다.

염소의 저주를 푸는 건 쉽지 않았다. 컵스는 선발 카일 헨드릭스의 호투로 5회까지 5-1로 앞서며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어 승기를 완전히 가져오기 위해 5차전 선발로 나왔던 존 레스터를 투입했다. 레스터는 5회말 폭투로 2점을 헌납하긴 했지만 8회 투아웃까지 6-3 리드를 지켜냈다. 8회 2사 후 레스터가 내야안타를 허용하자 컵스는 철벽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투입했다. 그러나 채프먼의 투구가 불안했다. 브랜드든 가이어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 라자이 데이비스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6-6으로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됐다.

9회 말이 끝난 후 비까지 쏟아져 10여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그사이 컵스 선수들은 다시 분위기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연장 10회 초 1사 1, 2루에서 조브리스트가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다시 앞서 나갔다. 이날 조브리스트는 유일한 안타가 결승타였다. 이어 몬테로의 추가 적시타로 8-6까지 달아나며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컵스는 10회 말 클리블랜드의 반격을 1점으로 막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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