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투자 불확실성 줄어 경협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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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 지난달 30일 발효 절차를 끝낸 남북경협 4대 합의서를 북한이 최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비준함으로써 남북 경제협력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게 됐다. 2000년 12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발효하기로 합의한 이래 3년 만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남북은 아직 비준서 교환 절차를 남겨 놓고 있지만 양측 모두 남북 경협 활성화를 위해 4대 합의서의 조기 발효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온 만큼 정식 발효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남북이 개성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경제협력제도 실무협의회 2차 회의에서 4대 경협 합의서의 후속 조치인 청산결제은행 지정, 상사중재위원회 설치, 원산지 확인 및 민간인의 개성공단 통행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는 것은 4대 합의서 발효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4대 합의서는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상사 분쟁 해결 절차에 관한 합의서▶청산결제에 관한 합의서로 구성돼 있다. 남북 간 경협 활성화 및 민간 기업의 거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들이다.

투자보장 합의서는 상대방에 대한 투자 자산을 보호하고, 투자자 및 투자 자산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합의서가 발효하면 대북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남한 기업의 대북 진출이 늘어날 수 있다. 1992년 북한 남포 지역에 합작회사를 설립했던 ㈜대우는 이 합의서가 없어 투자 자산을 고스란히 북측에 넘겨주기도 했다.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나, 경협 과정에서 발생한 상사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상사 분쟁 해결 절차 합의서는 남북 경협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불가결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청산결제 합의서는 남북에 각각 청산결제은행을 선정한 후 기업 거래 대금을 이 은행이 결제하도록 한 것으로서, 대금 회수가 보장되는 만큼 기업 거래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오승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협 합의서가 발효되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는 셈"이라면서 "대북 투자의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도 망설여 왔던 대북 투자를 유도해 남북 경협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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