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한 교감 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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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하오 5시.
육중한 철제교문이 마침내닫혔다.
온종일 가족총동원의 눈치혈전에 피로의 빛이 역력한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철문의 안팎 여기저기서 상기된 표정으로 마침내 던지고만 주사위의 향방을 지켜보며 초조와 체념에 웅성거리고 있었다. 문이 닫힌 10분쯤뒤 그틈을 비집고 한 초로신사가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문좀 열어주세요. 시골에서열차를 타고 오느라 이제 도착했읍니다. 제 제자의 이 원서를 꼭 접수시켜야 합니다. 제자의 장래를 망칠수는 없지 않습니까. 제발 문좀 열어주십시오』
초조와 당황으로 이마에 비지땀을 흘리며 굳게 닫힌 교문창살을 움켜잡고 애원하는 신사는 충남S고 교감 차모씨(59) .
서울대농업교육학과를 지원하는제자 성모군(18)의 원서를 갖고 충남광천에서 이날 열차편으로 서울에 도착한 차씨는 영등포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서울대로 달러왔으나 차가 막히는 바람에 마감이 지난 5시10분도착.
『총장님께 호소라도 한번하게 해주십시오.이대로 돌아가서 어떻게 제자의 얼굴을 보겠읍니까.』 차씨는 애가 타 손수건으로눈물까지 찍어냈다.
그러나 수위를 통해 부총장에까지 전해진 차씨의 호소는「규칙위반」으로 거절됐다. 끝내 「접수불가」통보를 받고 발걸음을 돌리는 차씨의 두어깨 뒤, 막판까지 눈치로 남았던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동정의 눈이 쏠렸다. 그러나 그 동정의 한자락엔 자신들의 눈치접수 무사성공(?)에 안도하는 표정도 비쳐 보였다. 『규칙은 지켜야겠지만 너무 심한것 아닙니까』 어느 학부모의 말. 일체의 예외가 없는 엄정한 원칙적용이 접수창구만이 아니기를 바라고 싶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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