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 장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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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명사들의 대학시절 전공을 보면 재미있다.
「드골」은 사관학교 출신으로 『장래의 군대』라는 저술을 남겼다. 그의 관심사는 「보병의 기계화」, 「전차전의 강화」와 같은 문제였다. 그「드골」이『내가 곧 프랑스』라고 호언하는 영웅이 되었다.
쿠데타를 한 것도 아니다. 그에겐 프랑스를 절망으로부터 구해낼 정치적 역량과 국민의 마음을 휘어잡는 인간적 신뢰가 있었다.
그점에선 「처칠」도 똑같다. 그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학 아닌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물론 이들을 영웅으로 만든 것은 전쟁이었지만, 그들의 머리와 가슴속엔 또다른 잠재력이 있었다.
정치인만의 얘기는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공장 기술자나 되었으면 하는 것이 아버지의 소망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부친의 사업을 따라 독일과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전전했다. 그동안 스위스에선 학력검정시험에 떨어지기도 하고, 그전에도 늘 공부가 모자라 걱정이 많았다.
취리히공과대학 시절엔 기하학과수학에 더 흥미를 갖고 있었다. 그 「아인슈타인」은 수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로 후세에 명망을 남겼다.
19세기의 미국은 발전하는 나라로 성실한 사람들에겐 성공의 기회가 많았다. 철도회사의 청소원이었던 「크라이슬러」, 농촌 출신의 기계에「포드」의 입지전은 그대로 인간 교과서다.
그러나 적극성, 창의력, 포용력 등은 아직도 성공의 미덕으로 남아있다.
모든 대학 졸업자가 전공대로 성공한다면 가까이 우리 사회는 해마다 수천명의 법률가와 경영자와 과학자들로 넘쳤을 것이다. 현실은 그와는 멀다.
하루는 제자들이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선생님의 그 깊은 학문은 어디서 나왔읍니까?』
「아인슈타인」은 손끝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내 학문은 바닷물에 떨어지는 하나의 물방울에 지나지 않네』
제자들은 다시 물었다.
『그러면 학문적 성공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답게 수식을 제시했다.
『S=X+Y+Z』.
X는 침착할 것, Y는 생활을 즐길 것, Z는 한가한 시간을 가질 것. 그 모든 것의 합계가 성공(S)이라는 것이다.
이거야 비범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달리 보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엊그제, 그 수많은 대학 지망생들이 이 창구, 저 창구 기웃거리며 초조해 하는 모습은 웃어넘기기엔 너무나 심각한 상황들이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고,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의 심정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얘기를 찾아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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