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쇠녹이 벗어져 내리는 날을 "|정미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거짓된 꽃은 시들고 푸르던 수풀잎은 오래된 쇠녹처럼 벗어져버린, 먼 남쪽여행에서 돌아오던 노상의 황량한 겨울풍경이 주던 저릿한 아름다움과 깊은 위로를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더운 피와 사랑때문에 아픈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나의 글은 여전히 까칠한미움의 언저리만 헤매고 있고, 참으로 안타까운건 나에게 「아줌마」 라는 예쁜 이름 지어준 아이에게 남겨주고 싶은 그의 눈빛만큼이나 투명한 언어가 내게는 아직 없다는 것.
그러나 모를 일이다. 언젠가 내게도 은총처럼 거짓과 쇠녹이 벗어져 내리는 날이 있을지….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제 늙으신 고향의 부모님, 오류동 어른들, 수영이엄마, 못난 내 친구들에게도 마음으로 깊이 감사드리며 심사해 주신 선생님께도 머리 숙여 인사 드린다. 누구보다도 은근한 강요와 세심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훈아빠가 참으로 고맙다.
약력
▲60년 경남 마산생 ▲82년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졸업 ▲81년 고려대 범대학문학상 수상 ▲80·81년 이화문학상수상 ▲86년 이화100주년 기념 현상문예 장막 희곡 당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