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도 수용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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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이데올로기 문제뿐 아니라 이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대처하고 적응해야 하느냐를 생각해보죠.
우선 정치분야에서 정당정치를 제대로 구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의 여·야당이 모두 보수정당인데 그것만으론 안되고 급진적인 세력을 수용하는 정당도 나와야 합니다.
국민소득 2천 달러 이상이면 민주화가 된다해도 그 체제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주변 세력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소외세력을 수용하는 정당이 정치권 안에 존재해야합니다.
▲송=저는 민주주의를 위해선 성숙한 야당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지위·재력을 모두 가진 집권당은 생리상이를 계속 유지하려 듭니다.
이렇게 안내 놓고 싶은 것을 어떻게 내놓게 하느냐, 다시 말해 어떤 유인적인 가치를 제공해 내놓아도 괜찮겠다는 마음을 먹도록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야당이 그것을 할 정도로 능란하고 현명해야하는데 우리 야당은 그것을 못하고 있읍니다.
저는 민주화란결국 분권이라고 봅니다. 지역적·기능적으로 권력을 나누어 어느 집단도 지배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는 견제와 균형와 제도적 장치만이 사회갈등을 완화시켜주고, 궁극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하는 요체입니다.
사회의 다원화에 맞추어 각분야의 자율성이 신장돼야 합니다.
▲이=사회·경제적으로는 시혜차원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분배의 정의 쪽으로도 진전이 있어야겠는데 서독의 경우를 한 모델로 삼을 수 있지 않겠읍니까.
▲정=정치·사회적 대응 외에도 의식변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의 독특성과 각기 능력 및 시각의 차이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서방 민주국가는 개인을 동등한 인격으로 봐주는 의식이 정치 문화의 기본바닥에 깔려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상할 정도로 산술적 의미의 평준화의식만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우리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름대로 애국심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애국심이「주관적인 것」인데 문제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기생각에 남이 따라오지 않으면 곧 이단이고 죄인이며, 마치 매국노인 것처럼 취급해 버립니다.
이런 주관적 애국심을 극복하고 「객관적인 애국심」을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길이 바로 게임의 룰을 지키고 절차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방식에 대한 탐구 아니겠읍니까.
▲정=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사실 그동안 민주주의의 요체라 할수 있는 업적주의·능력주의에 대한 기본적 인식조차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 때문에 절차의 합리성이 무시된 한탕주의, 내일보다 당장 오늘만을 생각하는 풍조가 팽배하게 된 것이지요.
▲송=그렇읍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은 좋은것이지만 그 한면만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절차와 규범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의식을 심어주기 쉽습니디.
「하면 되는」것도 많지만 「하면안되는」 것도 많지않습니까. 「하면 되는」면과 「하면 안되는」면의 중용의 가치를 지닌 덕목으로 우리는 봉사정신·공공의식같은것을 생각할수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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