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끌리지말고 변화를 이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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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86년은 정치·사회등 각분야에서대결과 갈등의 골을 깊이 남긴 해였다. 정치쪽만 봐도 개헌등 민주화의 달성을놓고 협상과 타협이 아닌 마찰과 대치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사회·경제적으로도 3저호황의 상승 국면속에서 빈부문제와 노사문제의 첨예화, 좌경·용공세력등장등 대결과 갈등의 이미지를 뚜렷이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대결과 갈등은 이제 곧 닥칠 큰 변화의 한 조짐이며 꿈틀거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새해는 어떤 이미지를 그릴 것인가. 88년의 정권교체와 서울올림픽을 바로 앞둔 올 87년은 개헌·정계개편·선거등에 따른 정치적 변화를 축으로 하여 각 분야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예견되는 변화의 모습과그 요인,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자세를 대학교수들의 정담을 통해 살펴본다.
▲정종욱 교수=변화의 모습을 예측하기 위해선 우선 이시대의 국제적 흐름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주변국가들의 변화 흐름은 크게 세줄기로 요약됩니다.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지도층의 변화, 공산체제에서마저도 점차 실용주의가 부각되는 이데올로기의 변화, 그리고 민주화의 요구가 그것이지요.
소련·중공이 이미 지도층의 교체가 이뤄졌거나 진행중인 시기이며 미국·일본이 88년 선거를 앞두고 있고 북한도 김정일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에 있읍니다. 여기에 중공은 실리추구의 새로운 정책이 구체화돼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의 데모까지 일고 있읍니다. 소련과 베트남도 그렇구요. 북한도 국내외적인 상황차이는 있으나 그와 비슷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송복교수=그러한 변화를 우리 안으로 좁혀 생각해볼 때 우리는 이미 지도층의 세대교체는 겪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도층이란 뭐니뭐니해도 독립운동세대인데 이 세대의 리더십은 이미 끝난 상태이거든요.
문제는 그 이후 특정문화가 길러낸 사회 엘리트와 정치 담당층 사이의 괴리현상입니다.
어느 사회나 두 세력간의 일치는 어려운 것이지만 우리의 경우 그 괴리현상이 크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참석자>
◇송복교수<연세대 사회학>
◇이병현교수<서울대 철학>
◇정종욱교수<서울대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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