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또 다른 조카도 이권 개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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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순실씨의 조카인 이모(36)씨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전시기획사 ‘K-아트센터’를 설립해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르·K스포츠재단,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이어 최씨의 친인척이 문화·체육계 전반에서 활동하며 이권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의 한 지인은 1일 “이씨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벤트회사를 다녔는데 현 정부 들어서자마자 ‘K-아트센터 대표’라는 명함을 갖고 다녔다”고 말했다.

큰언니 최순영 차남, 기획사 운영
주변에 “대통령 쪽 일한다” 자랑
이모 논란 커지자 회사 홈피 폐쇄

이씨는 최순실씨의 큰언니인 최순영의 둘째 아들이다. 이씨는 고교 졸업 후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SAIC)를 졸업했으며 최순실씨와 가까워 수시로 집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첫째 아들인 이모(39)씨는 최순실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의 개통자인 김한수 청와대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과 고교 동창으로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이 지인은 전했다. 둘째 아들 이씨의 또 다른 지인은 “이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최태민 손자다. 박근혜(대통령) 쪽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며 “청와대에서 추진하는 광고도 이씨가 맡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카카오톡 등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고 덧붙였다.

본지가 확인 결과 ‘K-아트센터’는 2014년 9월 이씨를 사내이사로 법인 등록했다. 법인 등기부에 적힌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찾아가니 사설 학원과 교회 간판이 붙어 있을 뿐 해당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맞은편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10년 넘게 이곳에 있었는데 ‘K-아트센터’라는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운영하던 ‘K-아트센터’는 2015년 3월 ‘옻칠 명인’ 김영준씨의 ‘나전칠기, 그림이 되다’라는 나전칠기 해외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자개 덮개가 씌워진 게임기 X박스(마이크로소프트사 제품)가 전시품 중 하나였다. K-아트센터는 같은 해 이 전시를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전으로 일본 도쿄(8월)에 이어 싱가포르(9월) 등에서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해외 전시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복수의 지인은 “최근에는 ‘K-아트센터’의 홈페이지를 찾아볼 수 없고 SNS 활동을 활발히 하던 이씨도 최순실 논란이 거세지자 계정을 없애고 사라졌다”며 “뭔가 흔적을 의도적으로 지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상·정진우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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