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의 흐뭇한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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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경제가 12·2%의 실질성장을 이룩했다고 잠정 추계 했다. 이같은 추계는 연초 예상했던 제반 총량지표에 비교하면 크나큰 성공이 아닐 수 없다.
대견스러운 것은 고율 성장뿐만 아니라 경상수지의 현저한 흑자와 물가의 상대적 안정세,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투자와 이를 뒷받침하고도 남는 괄목할만한 국내저축 등 한둘이 아니다.
이 모든 성과들은 민간과 정책의 조화, 순조로운 외부적 여건이 합치된 결과로 보아 스스로 흐뭇해 할만한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의 원초적 견인력이 결국은 민간의 설비투자와 기술혁신에서 기동되며, 그것이 다른 부문에 부담과 무리를 주지 않고 이루어지기 의해서는 국내저축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인과관계의 재확인이다.
올해의 경제운용이 실속 있고 바람직한 결과를 낳게된 것은 다름 아닌 이런 인과관계에 충실했던 결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한해동안 열심히 민간투자를 고무하는 여러 조치들이 있었고, 민간업계도 설비개선과 기술혁신, 새 상품과 새 시장 개발에 노력함으로써 내실 있는 생산적 투자가 GNP의 30%에 달해 올해 성장의 견인차역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그리고 국민저축률은 기록적인 33%를 달성, 투자 재원을 뒷받침함으로써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이런 기록들은 그러나 단순한 일시의 경험으로 끝난다면 그 의미가 반감된다.
투자는 내년에도 지속돼야 하고, 기술혁신과 설비현대화는 더욱 고무돼야하며, 국내저축은 더욱 더 투자를 단단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상 최초의 경상수지 흑자와 투자를 웃도는 저축, 그리고 인플레 없는 고도성장이 내년 이후에도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된다.
결국 내년 경제의 핵심은 모처럼 안팎의 호조건으로 얻어낸 흑자경제를 어떻게 구조화시키느냐에 달러있고, 그 관건은 안정화의 정도에 달려있다. 왜냐하면 올해의 성공을 뒷받침했던 여러 조건들이 내년에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저의 호기로 얘기되어온 원유 가와 국제통화에서 적지 않은 변화의 가능성이 예고되어 있고 국내적으로도 통화·고용·소득의 불균형이 올해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할 바는 기름 값의 동향과 환율정책의 운용, 통화관리 부문이다. 기름 값은 비록 완충능력을 많이 배양했다해도 여전히 우리의 국제수지와 물가운용에서 가장 큰 변수의 하나임에 변함이 없다.
환율정책은 비록 상대가 있는 문제지만, 우리의 대응능력에 따라 예상외의 교란변수가 될 가능성을 언제나 경계해야한다. 환율에서 우리의 페이스를 잃게되면 금리나 다른 정책조정만으로는 감당하거나 보완하기 어렵다.
내년 통화관리는 잘못될 경우 경제외적 요인까지 가세하여 경제의 안정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특히 균형감각이 중시되어야할 부문이다. 결국 내년 경제의 과제는 내실 있는 안정성장정책 일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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