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논총 잇달아 출간|이효재·송건호·유인호·성래운씨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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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른바 「민족주의 학파」 라 일컬을 수 있는 일군의 학자들이 잇달아 회갑을 맞으면서 특색 있는 잔치와 함께 알찬 기념논총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어 화제다.
지난해 이효재 교수(이화여대·사회학)가 회갑을 맞은데 이어 올해는 송건호씨 (언론인·한국사)와 유인호(중앙대·경제학) 성내운 (연세대· 교육학)교수가 연이어 맞았으며 내년엔 변형윤 교수(서울대·경제학)차례다. 이들은 70년대 이후 비슷한 시대적 고민과 어려움을 지고 살면서 우리사회 각분야에 민족주의에 대한 본격적인 개안작업을 편 1세들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회갑행사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데 우선 기념잔치 자체가 매우 크고 특색 있다.
지난해 이효재 교수는 『60이면 창창하니 고희 때나 받겠다』 며 고사하는 바람에 기념논총을 내는 선에서 끝났으나 보통 기념잔치에 수백 명씩 몰려들어 성황을 이룬다. 특히 지난13일 여의도 가정법률상담소 강당에서 열렀던 성 교수를 위한 기념잔치엔 각계에서 1천여 명이 몰려와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이날 「교육운동을 위한 노래 발표회」 「김명곤 판소리공연」과 민요연구회, 연대 탈춤반·국악반 공연 등 특별히 마련된 축하공연은 참석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념 논총의 내용이다. 이들은 회갑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회갑이란 기회를 빌어 민족문제의 중요하고도 구체적인 주제를 잡아 정리하는 우문집을 간행한다는 점이다. 주제는 특히 당사자의 전공 분야·활동 분야를 고려해 편집위원들이 실적, 출판사들과 상의하다.
지난해 이 교수를 위한 기념논총 『분단시대와 한국사회』(변형윤 등 지음·까치)는「분단사회의 역사적·구조적 고찰」을 비롯한 분단문제 전반을 다루고 있으며 올11월의 송씨를 의한 기념문집(이영희 등 지음·두레·『한국의 민족주의 운동과 민중』이란 단행본으로 내년 초 재출간) 은 「한국 민족운동의 전개와 방향」 등 민족운동 전반의 문제를 담고 있다.
또 같은 11월 유 교수를 위한 논총 『우리시대 민족운동의 과제』 (박태순 등 지음·한길사)는 민족운동과, 경제학의 문제를, 12윌 성 교수를 위한 논총『민족교육의 반성』 (강순원 등 지음·학민사)은 민족교육 문제전반을 다루고 있고 현재 준비중이며 내년 2월초 선보일 변 교수를 위한 논총 『한국경제론』(박현채 등 지음· 까치) 또한 한국경제 문제를 다룬다.
이 논총들은 강단학자 뿐 아니라 재야학자들의 논문까지 제한 없이 싣고 있다.
기념논총의 또 한가지 특징은 당사자에 대한 인물론을 담고있다는 점이다. 송씨 논총엔 소설가 이호철씨의 「보암 송건호론」 이, 성 교수 논총엔 시인 신경림씨의 「내가 아는 성내운」,소설가 송기숙씨의 「시로 생각하고, 시로 실천하고-,식성보씨(전보성중교사) 의 「성내운 선생의 교육이념」, 배준호씨 (전 세브란스병원부설 소아재활원국교학생)등의「다시 교장선생님께」등이 실려있어 그들의 생애와 사상은 물론 인간됨됨이까지 아주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논총간행을 맡은 출판사들은 처음부터 시중판매용 단행본을 구상하고 제작에 착수한다. 따라서 이 논총은 제자들의 논문을 여기 저기서 모아 묶어내는 식이 아니라 애초에 주제를 정하고 원고를 청탁하며 고료를 지불해서 증정본을 낸 뒤 다시 수록논문을 골라 시중 단행본까지 만들어내는 새로운 출판형식을 시도하고 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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