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합중국」 탄생 멀잖다|「EC조약」 효력발생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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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파리=홍성호특파원】「유럽합중국」 (United States of Europe) 을 목표로 한 서구의 통합작업이 기초를 다져가고 있다.
12개국 EC (구공체) 회원국 정상들이 10개월 전인 지난 2월말 합의했던 헤이그 조약을 각국 의회가 21일 현재까지 대부분 비준함으로써 그 효력 발생을 눈앞에 두게된 것.
EC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1957년 EC의 모체가 된 로마조약을 한 걸음 더 격상시킨 헤이그 조약은 말 그대로 「유럽 단일화조약」 이라는 정식 명칭을 갖고 있다.
이 조약의 골자는 1992년부터 구공시 영내에서는 ▲각 회원국 국민 및 생산품이 종전의 어떠한 장벽이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철폐하여 노동 시장을 완전 자유화하고 ▲장기적으로 유럽의회를 통해 EC 단일 대통령을 선출하며 ▲현재 금융기관간의 환전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럽통화단위(ECU)를 EC내에서는 일상생활 화폐로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조약은 또 만장일치의 전원합의제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 오던 종전의 의결방식을 서비스·교통·기업설립·입법사항 등 일부 분야에서는 다수결 제도로 바꿈으로써 EC통합정책을 보다 수월하게 진척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약은 지난 2월28일 EC 정상들이 헤이그에서 서명한 뒤 금년 12월31일까지 각 회원국이 비준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반발이 가장 심했던 프랑스가 지난달 20일 하원을 통과한데 이어 그일 현재까지 전 회원국이 완전히 비준했거나 양원가운데 하원을 통과한 상대에 있어 사실상 확정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EC는 지난 58년 미국과 소련등 각 대국을 배제한 유럽의 경제 연방형태로 성장해온 이래 18년만에, 그리고 46년 영국의 「처칠」 수상이 『유럽의 전쟁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럽합중국의 형성이 바람직하다』 는 주장을 천명한 이후 40년만에 경제뿐만 아니라 정지·사회적인 면도 포함되는 제2의 통합 유럽의 발판을 구축했다.
서구의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의 유럽 단일화조약 비준으로 유럽은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게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C는 92년부터 발효되는 앞서의 각 규정과 함께 이미 외환거래에 대한 각 회원국의 규제를 87년부터 완전 철폐키로 하는 한편 국가마다 차이를 보여온 통신 시스팀에 대해서도 고용기준을 마련, 향후 2년간 이를 현실화하기로 했다.
올해 EC에 가입한 스페인과 포르투칼 등 2개국만을 제외시킨 외환거래 통제 철폐로 회원국간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현금·증권·사채 등 모든 형태의 투자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 같은 자본이동 장벽이 없어짐에 따라 서구경제의 활성화는 물론 EC의 국제자본 시장에서의 경쟁력 또한 강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서독·베넬룩스 3국 등이 이미 채택해온 이 정책은 또 EC내에서 자본가·소규모 투자자들에게 보다 넓은 투자시장을 제공함과 동시에 기업의 자본조달을 보다 손쉽게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EC의 이 같은 통합정책은 비EC국들에 대유럽 교역방향을 바꾸도록 강요할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EC내의 회원국들과 단일국가 상대적으로 거래를 해오던 나라들은 EC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의 훈련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에 들어서 합작투자를 통한 유럽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21세기의 유럽합중국을 겨냥한 바람직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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